서평의 요건과 형식
서평의 성격은 설명문적 요소와 논설문 요소를 겸비한 잡문(雜文, hybrid sentence)이다.
독자가 서평을 보고 독서를 결정할지 말지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치므로 이런 복합문이 탄생하게 된 이유다. 목적에서 평론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홍보에 중점을 둔 실용문이 서평이다. 다만 평자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홍보 기능을 가감할 수 있고 개성적인 문체로 자신의 생각을 완성할 수 있다. 서평의 대상이 된 책을 읽은 독자에게는 공감과 소통의 기능을, 미 독자에게 독서 여부를 결정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겸해야 하는 양면성도 지닌다.
“어떻게 작성해야 독자들에게 안내자 역할을 할까?” “문학과 비문학을 어떻게 소개를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생기지 않던가? 문학이냐 비문학이냐에 따라 형식에 조금 차이가 있지만 책을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해 설명문적 요소인 저자나 줄거리를 간략하게 언급하는 형식에는 큰 차이가 없다. 비문학에 서평을 쓸 때는 각 장의 주요 내용이나 저자의 서문을 추려 요약하는 형식을 취하면 된다.
서평에 논설문적 요소를 가미해야 하는 이유는 이 책을 왜 권하는지를 논리적으로 밝혀, 독자를 설득시켜야 한다. 정보전달만을 목적으로 쓴 서평도 있지만, 생각의 지도를 완성하는 갈래 길 중 하나가 서평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스타일을 선택하느냐는 평자의 몫이다.
독자를 위한 안내자의 역할이 끝나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단계,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전개해야 한다. 평자가 생각하는 주제문을 인용하여 주제에 대한 해석이나 분석, 자신의 생각을 논거를 제시하는 형식을 취하면 된다. 독서 중 인상 깊었던 몇 대목을 인용하는 방법을 취해도 무방하다. 한 걸음 나아가 주인공과 주변인과의 역학관계에 대한 사견, 구조상의 특징, 유사한 소재나 주제를 다룬 다른 작가의 책과 비교하거나, 저자의 견해에 대한 자유로운 비평을 추가하면 된다. 주장에 대한 논거의 타당성 여부는 서평을 읽는 독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좋은 서평은 어떤 서술 방식을 사용하던 독자들에게 자유롭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양도한 글이다.
서평에도 종류가 있을까? 세분하면 문학평론가나 작가들이 쓴 관점이 뚜렷하고 자유로운 형식을 띤 문인서평, 객관적인 책에 대한 정보만을 제공하는데 목적을 둔 설명적 서평, 저널리즘 서평, 일간지에 게재되는 칼럼 서평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문인 서평을 읽을 때는 평자가 글의 틀을 구성하는 방식이나, 주제를 부각하는 방법에 주목하는 등 글을 읽는 분명한 목적을 설정하고 읽어야 선택의 어려움을 덜 수 있다. 읽는 목적을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으면 독자는 원하는 목적을 얻을 수 없다. 화려한 문체에 현혹되면 저자와 독자와의 건전한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독자를 의식하지 않는 문장은 결국 독자를 피해자로 만든다.
화려한 문체보다 논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가독성이 좋아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이 좋은 서평이다. 어떤 형식을 취하던, 어떤 문체를 구사하던 가독성이 좋고, 독자들의 공감과 소통을 유도하는 담백한 서평을 만나길 원한다. 서평쓰기를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밑줄 그은 문장에 자신의 생각을 가볍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부러워하면 진다고 하지 않던가. 부러워하는 걸 중단하고 자신의 생각을 낙서하는 기분을 써도 좋다. 서평이 별거냐.
[출처] 서평의 형식과 요건 |작성자 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