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서적은 처음 기록된 연대를 역사적으로 정확하게 지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오래 된 것이다. 학자들은 유명한 호메로스(Homeros)의 서사시보다 약 1천 5백 년 정도 앞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그렇지만 고전(古典)을 읽는 마음은 일종의 회귀본능(回歸本能)이라고 생각된다. 원초(原初)의 세계로 달리는 마음은 인류 생존이 시작된 이래 한결같이 인간의 내부 깊은 곳에서 작용하였고, 그것의 표현이 제의(祭儀)요, 신화(神話)인 것이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도시 국가 우룩을 다스린 위대한 왕 길가메시의 이야기이다. 그 안에는 인간의 문명에 항거하는 투쟁과 우정, 사랑, 모험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무릇 모든 "이야기"가 다 그렇지만 이[길가메시 서사시]도 읽는 이의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이 "인간"의 이야기이며, 생명, 죽음, 연애, 투쟁 등 궁극적인 문제를 테마로 하여 엮어졌다는 사실, 그리고 아마도 인간 최고(最古)의 기록일지도 모른다는 점에 기인하는 신비스러움이 행간(行間)에 연면히 흐른다는 점이다.
사랑하던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인간적 한계의 자각과 그로 인해 절망하며 "영원한 생명"을 찾아 광야를 방황하는 인간적 고뇌는 바로 인간의 내면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비극 그것이다. 몇 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전개되는 만남과 연애, 우정, 죽음, 모험의 작품 세계는 바로 우리 인간이 갈망하는 원초적인 신화의 세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길가메시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 의 가장 완벽한 판본은 아시리아 왕 아슈르바니팔(재위:기원전 668~627)의 서고가 있는 니네베에서 발견된 것으로, 12개의 명판에 아카드어로 씌어 있는 것이다. 명판에서 누락된 내용은 부분적으로 메소포타미아나 아나톨리아 등 다른 곳에서 발견된 여러 자료에서 메꾸었다.시와 서사시 명판에 나타나는 길가메시라는 인물은 일찍이 기원전 3000년대 전반기에 남부 메소포타미아의 우루크 지방을 통치했던 길가메시를 일컫는 것으로 보이며, 그는 키시의 통치자였던 아가와 동시대 인물이었다. 우루크의 길가메시는 수메르 왕들의 명단에서도 대홍수 다음에 통치하였던 왕으로 나와 있으나, 시나 서사시에 묘사된 그의 영웅적 공적들이 역사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니네베에서 발견된 서사시는 길가메시를 찬양하는 머리말로 시작되는데 그는 신성과 인성을 함께 지녔고, 위대한 건설자이자 전사였으며, 땅과 바다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자였다. 무자비해 보이는 그의 통치를 막기 위해서, 아누신은 야생 인간 엔키두를 창조하였다. 엔키두는 처음에는 동물들과 함께 지냈지만 곧 도시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가 우루크로 갔을 때 길가메시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째 명판에는 두 사람이 힘을 겨루어 길가메시가 승리하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다. 그 뒤로 엔키두는 길가메시의 친구이자 동반자(수메르인의 원본에는 하인으로 되어 있음)가 되었다. 세 번째에서 다섯 번째 명판에서는, 외딴 히말라야 삼나무숲을 지키도록 신에게서 명령받은 수호자 후와와(또는 Humbaba)에게 두 사람이 함께 대항하기 시작하였다는 사실만이 나타나 있고, 그뒤 싸움에 대한 것은 현존하는자료에 남아 있지 않다. 여섯 번째 명판에서는, 사랑의 여신 이슈타르가 우루크에 돌아온 길가메시에게 청혼을 거절당하자 신의 황소를 보내 그를 해치려고 했으나 길가메시가 엔키두의 도움을 받아 그 황소를 죽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곱 번째 명판에는 엔키두가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데서 시작한다. 꿈속에서 아누 · 에아 · 샤마시 등의 신들은, 황소를 죽인 엔키두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고 결정한다. 이 꿈을 꾸고 난 뒤 엔키두가 병이 들었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죽음의 집' 을 꿈꾸게 되었다. 여덟 번째 명판에서는 길가메시가 친구의 죽음을 비통해하는 내용과 국장으로 치른 엔키두의 웅장한 장례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뒤 길가메시는 죽음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바빌로니아 홍수에서 살아남은 우트나피슈팀을 찾아 위험한 여행에 나서 결국 그를 만나(아홉 번째, 열 번째 명판) 홍수 이야기를 듣고 불로초가 있는 곳을 알게 되었다(열한 번째 명판). 길가메시는 불로초를 구했지만 다시 뱀에게 빼앗겨 슬픈 마음으로 돌아와야 했다. 서사시에 첨가된 부분인 열두 번째 명판에는 이슈타르가 길가메시에게 준 푸쿠와 미쿠 ('북' 과 '북채' 로 생각됨)라는 잃어버린 물건에 대해 진술하고 있다. 이 서사시는 엔키두의 영혼이 돌아오는 것으로 끝나고 있는데, 엔키두는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아줄 것을 약속하고 지옥의 무시무시한 인상을 말해준다.
길가메시 서사시
수메르인의 문학작품은 주로 신화를 토대로 한 것이 많다. 여러 시가들과 전설들은 각 도시의 건설자나 유명한 왕들에 관한 것으로서 신과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우르의 제3왕조 기간 동안에 서사시로 쓰여져 점토판에 기록되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우르크의 왕이었던 길가메시에 관한 이야기이다.
먼 옛날 유프라테스 강가에 있던 우르크 시에는 길가메시라는 용맹한 왕이 있었다. 그는 전쟁은 잘 하였으나 자기의 백성들을 억압하고 괴롭혔다. 백성들은 길가메시의 폭정을 참다못해 신들에게 기도를 올렸다.
"신들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 포악한 길가메시 왕을 혼내 주십시오."
백성들의 기도를 들은 신들은 회의를 열었다.
코르사바드의 사르곤 2세의 궁전에서 발견된 부조.
"길가메시보다 더 강하고 용감한 인간을 만들어 길가메시의 오만한 버릇을 고치도록 합시다."
이것이 신들의 최종 결정이었다. 신들은 점토로 엔키두라는 인간을 만들어 야수들이 사는 숲에 보내어 자라게 했다. 엔키두는 야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강하고 용감하게 성장했다.
한편 엔키두의 소식을 들은 길가메시는 한 가지 꾀를 내었다.
"엔키두는 야수들과 같이 자랐으니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아직 모를 것이다. 그놈이 여자에 일단 빠지고 나면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잊고 말테지."
이렇게 생각한 길가메시는 절세의 미녀를 엔키두가 사는 숲 근처로 보내었다. 그 미녀는 며칠을 기다렸다가 엔키두를 만났다.
"엔키두님! 제가 예쁘지 않으세요? 제가 마음에 드시면 저를 사랑해 주세요."
짐승이나 다름없는 엔키두는 난생 처음 보는 예쁜 여자의 유혹에 그만 넘어가고 말았다. 그리하여 엔키두는 몇 달 동안 그 미녀와 사랑을 나누며 꿈 같은 세월을 보냈다. 그러자 천상의 신들은 이 사실을 알고 엔키두가 제정신을 차리도록 하였다.
정신을 차린 엔키두는 미녀를 떨치고 일어나 길가메시를 혼내주기 위하여 우르크 시로 향했다.
엔키두가 우르크 시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는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시가지는 많은 사람들으로 몹시 시끄러웠다. 그때 징소리와 피리소리가 울리면서 장엄한 행렬이 나타났다. 그것은 신전에 제사를 올리러 가는 길가메시의 행렬이었다. 제사행렬은 시가지를 지나 신전 앞에 당도했다. 길가메시는 걸어나와 신전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때 갑자기 군중들 속에서 엔키두가 튀어나와 왕의 앞을 가로막았다.
"길가메시여! 그대는 백성을 지나치게 괴롭혔소. 내가 신들을 대신하여 그대를 벌할 것이니, 나의 도전을 피하지 마시오."
그러자 길가메시는 도전을 쾌히 승락하고 엔키두와 대결을 시작했다. 두 사람의 대결은 막상막하였다. 엎치락뒤치락 한참 동안 결투를 계속했지만 결판이 나질 않았다. 그런 속에서 길가메시는 점차 엔키두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마침내 길가메시는 결투를 멈추고 말했다.
"여보게 엔키두! 우리가 이렇게 싸울 필요가 어디 있나. 나는 자네가 마음에 들었네. 내가 마음을 고쳐 먹을 테니 우리 싸움은 그만 두고 서로 친구가 되세."
엔키두도 사실 길가메시와 대결을 하면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좋아! 나도 사실은 자네가 마음에 들었다네."
그 후로 두 영웅은 서로 힘을 합하여 갖가지 모험을 하였다. 그들의 모험은 점점 더 과감해져서 나중에는 신들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다. 특히 여신 이슈탈의 황소를 죽인 사건은 신들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엔키두가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길가메시는 엔키두가 죽은 뒤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다. 그러다 얼마 후 길가메시는 영원한 생명의 비밀을 찾아 길을 떠나게 되었다.
그는 갖은 고생 끝에 영원한 생명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슈롯파크라는 마을에 사는 우트나피슈팀이라는 노인이었다. 길가메시는 그 노인에게 영원한 생명의 비밀을 알려줄 것을 간청하였으나, 노인은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그래도 길가메시가 실망하지 않고 끈질기게 간청을 계속하자, 노인은 고집을 꺾고 생명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때 우트나피슈팀은 자신이 겪었던 홍수 이야기를 길가메시에게 들려주고는, 불사의 약초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길가메시는 노인에게 감사를 드리고, 노인이 알려준 곳에 가서 불사의 약초를 간신히 구한 뒤 기쁨에 넘쳐 우르크 시로 향했다.
그가 우르크 시 근처에 도달했을 무렵, 해는 이미 기울어 있었다. 길가메시는 하룻밤 지낼 만한 곳을 찾아 주위를 살펴보다가 샘물을 발견하였다.
"여기서 하룻밤 지내고 가야겠군. 우선 목욕부터 해야겠다."
길가메시는 옷을 벗어 불사의 약초와 함께 물가에 놓아둔 채 샘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때 마침 뱀 한 마리가 물가를 기어가다가 약초의 냄새를 맡더니 그것을 먹으려고 달려들었다. 이것을 본 길가메시는 기겁을 하며 물 속에서 뛰쳐나왔으나, 뱀은 이미 약초를 먹어치운 후였다.
"아! 이것이 모든 인간의 운명이란 말인가!"
길가메시는 그의 친구 엔키두가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인간의 숙명을 한탄하며 우르크 시로 돌아왔다. 그 후 그는 불멸의 영생보다는 이 세상에서의 즐거움을 찾으면서 평생을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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