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의 역사 - 최초의 경작지에서부터 현대의 슈퍼마켓까지ㅣ한스외르크 퀴스터 지음 | 송소민 옮김 |서해문집
“만일 재배식물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인류 역사는 아예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음식과 관련된 콘텐츠가 넘쳐 나는 요즘이다. 음식과 먹거리를 결합한 책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세계사를 비롯해 어떤 학문 분야에서도 재배식물에 관한 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독특하다. 한편 이 책의 저자이자 저명한 생태학자인 퀴스터는 ‘재배식물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아예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단언한다.
지금은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구해서 먹는 쌀, 보리, 밀 등 기본 곡물부터 감자, 딸기, 바나나 등 다종다양한 재배식물들은 인류와 어떤 관계와 의미가 있을까?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최초의 경작지에서부터 현대의 슈퍼마켓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곡물의 역사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자.
최초의 농부, 인류의 역사를 바꾸다
가장 오래된 재배식물의 원산지는 서남아시아의 저지대 건조 지역을 방패 또는 반달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밀, 보리, 콩 등 ‘기초 곡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농부’가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식물을 재배하면서 최초의 경작도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은 재배식물을 먹이 경쟁자로부터 지키기 위해 곡물을 경작하면서 한곳에 정착해서 살게 되었다. 단순히 야생식물을 재배식물로 만들기만 한 게 아니라, 나아가 정착 생활을 ‘고안’하기도 한 셈이다.
만약 최초의 농부와 최초의 재배식물 발달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류 역사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이후 농업과 재배식물의 경작은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의 다양한 지역, 중부와 남부 아메리카 등 지구의 여러 지역에서 대략 같은 시기에 발전했지만 서로 독자적으로 진행되었다.
정원과 탐험, 음식의 역사를 바꾸다
유럽에선 중세가 되면서 재배식물을 경작하는 주요 장소가 농부들의 농경지에서 수도원의 정원으로 바뀌었다. 특히 그곳에서는 양귀비, 파슬리 등의 향신료 식물과 약초를 재배했기 때문에 수고원 정원을 ‘살아 있는 약국’이라 불렀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에서 유래했다는 양파, 고대 지중해 지역에서 많이 이용된 무, 그리고 양배추와 배추, 시금치, 당근, 상추 등도 이런 정원에서 재배되었다.
이후 이런 식물은 수도원의 정원 이외에 도시 근교 가정의 정원, 성이나 귀족의 저택에서도 많이 재배되었고 현재까지도 주요 채소로 각광받는다. 즉 음식이 되는 식물종의 다양한 확장이, 곡물을 위주로 전통적인 음식을 고수한 농부보다는 귀족과 시민 그리고 수도원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 셈이다.
이어서 15세기 말 콜럼버스와 바스쿠 다가마로 대표되는 유럽의 신대륙 발견을 통해 많은 재배식물이 신대륙에서 구대륙(특히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신대륙 식물은 재배식물의 품목과 음식의 종류를 엄청나게 확장시켰다. 그중 토마토는 유럽에서 매우 빠르게 확산되었는데, 당시 유럽에선 토마토를 ‘사랑의 사과’라고 표현했다. 지금도 많이 즐기는 기호품인 카카오와 담배도 이때 전해졌다. 그리고 페루가 원산지인 감자를 비롯해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많은 식물들(호박, 땅콩, 피망, 생강 등)이 구대륙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밀은 그 반대로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전해진 대표적 식물이다. 밀은 유럽에서 캐나다 남부와 미국, 남아메리카로 퍼졌는데, 이후엔 유럽으로 수출되었고, 이는 전 세계에 걸친 곡물 무역의 시발점이 되었다. 정원에서의 식물 재배와 신대륙 발견을 통한 새로운 식물의 전파는 재배식물이 글로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슈퍼마켓 그리고 현대 농업의 탄생
우리가 거의 매일 이용하는 슈퍼마켓에는 다양한 식품이 있다. 빵, 밀가루, 설탕, 과일, 채소 등 수많은 식물을 우리는 1년 내내 사서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산지의 중요성도 사라졌다. 이는 재배식물이 글로벌화되었고, 농업 기술이 발전해 대량으로 재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키위는 원래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데, 20세기 초 뉴질랜드에 들어와 대량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1950년부터 뉴질랜드산 키위가 전 세계로 수출되면서 사람들은 으레 키위를 뉴질랜드 과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처럼 현대 농업에선 대량생산을 위해 점점 더 커지는 경작지에서 점점 더 적은 수의 농부가 경작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슈퍼마켓에서 더 다양한 식품이 제공되기를 바란다.
이와 같은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는 재배식물, 곧 곡물 생산자인 농부와 슈퍼마켓에 진열된 상품의 배후에 ‘농업’이라는 문화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다양한 식품이 경작, 농경문화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곡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곡물에 모든 것이 달렸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렇다.”
곡물의 역사(송소민 옮김. 서해문집. 336쪽. 1만4천900원) [연합뉴스] 2016.01.19
독일 라이프니츠 대학교 식물생태학 교수 한스외르크 퀴스터가 '재배식물'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쌀, 보리, 밀 등 기본 곡물부터 감자, 딸기, 바나나까지 다양한 재배 식물이 어떻게 세계에 소개됐으며 인류와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상세히 파헤쳤다.
가장 오래된 재배식물의 원산지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 불리는, 현재의 이스라엘과 요르단 근처를 반달 모양으로 둘러싼 지역이었다. 선사시대에 이곳에서는 밀과 보리 등 기초 곡물을 재배하는 '최초의 농부'가 탄생했다.
이후 재배식물 경작은 서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부·남부 아메리카 등 지구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발전했지만, 그 형태는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15세기 말에는 콜럼버스로 대표되는 '신대륙' 발견을 통해 많은 재배 식물이 중남미 등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신대륙에서 찾은 토마토, 카카오, 담배, 호박, 땅콩, 피망, 생강 등은 유럽의 식물 품목과 음식 종류를 엄청나게 확장시켰다. 반대로 유럽에서는 밀가루가 신대륙으로 전해졌다.
저자는 재배식물 경작으로 인간의 생활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설명하고, 세계 무역의 성장과 비판적 소비자의 탄생 등 현대 농업의 면모도 분석한다.
곡물을 재배하며 '정착 생활' 시작했다 [일요신문] 2016.01.19
“만일 재배식물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인류 역사는 아예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구해서 먹는 쌀, 보리, 밀 등 기본 곡물부터 감자, 딸기, 바나나 등 다종다양한 재배식물들은 인류와 어떤 관계와 의미가 있을까? <곡물의 역사(한스외르크 퀴스터 지음. 송소민 옮김. 서해문집. 정가 1만 4900원)>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최초의 경작지에서부터 현대의 슈퍼마켓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곡물의 역사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돌아본다.
가장 오래된 재배식물의 원산지는 서남아시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밀, 보리, 콩 등 '기초 곡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농부'가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식물을 재배하면서 최초의 경작도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은 재배식물을 먹이 경쟁자로부터 지키기 위해 곡물을 경작하면서 한곳에 정착해서 살게 되었다. 단순히 야생식물을 재배식물로 만들기만 한 게 아니라, 나아가 정착 생활을 ‘고안’하기도 한 셈이다.
유럽에선 중세가 되면서 재배식물을 경작하는 주요 장소가 농부들의 농경지에서 수도원의 정원으로 바뀌었다. 특히 그곳에서는 양귀비, 파슬리 등의 향신료 식물과 약초를 재배했기 때문에 수도원 정원을 ‘살아 있는 약국’이라 불렀다.
이어서 15세기 말 콜럼버스와 바스쿠 다가마로 대표되는 유럽의 신대륙 발견을 통해 많은 재배식물이 신대륙에서 구대륙(특히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그중 토마토는 유럽에서 매우 빠르게 확산되었는데, 당시 유럽에선 토마토를 ‘사랑의 사과’라고 표현했다. 카카오와 담배도 이때 전해졌다. 그리고 페루가 원산지인 감자를 비롯해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많은 식물들(호박, 땅콩, 피망, 생강 등)이 구대륙으로 들어왔다.
밀은 그 반대로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전해진 대표적 식물이다. 정원에서의 식물 재배와 신대륙 발견을 통한 새로운 식물의 전파는 재배식물이 글로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가 거의 매일 이용하는 슈퍼마켓에는 다양한 식품이 있다. 빵, 밀가루, 설탕, 과일, 채소 등 수많은 식물을 우리는 1년 내내 사서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산지의 중요성도 사라졌다. 이는 재배식물이 글로벌화되었고, 농업 기술이 발전해 대량으로 재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키위는 원래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데, 20세기 초 뉴질랜드에 들어와 대량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1950년부터 뉴질랜드산 키위가 전 세계로 수출되면서 사람들은 으레 키위를 뉴질랜드 과일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재배식물, 곧 곡물 생산자인 농부와 슈퍼마켓에 진열된 상품의 배후에 '농업'이라는 문화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다양한 식품이 경작, 농경문화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곡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곡물에 모든 것이 달렸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렇다."
지구촌 식탁 점령한 세계화의 그늘 [부산일보] 2016.01.21
곡물의 역사/한스외르크 퀴스터, 지구의 밥상/구정은 외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소수의 이익을 대변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그 나쁜 놈들 이야기일까. 살과 뼈를 만들어주고, 정신의 영역까지도 지배하는 것. 답은 뜻밖에도 '밥'이다.
밥상의 차이가 바로 삶의 격차. 신자유주의 밀어붙인 영국
100만 명이 푸드뱅크로 연명. 신대륙, 재배식물 세계화 일조
'뭘 먹을까.' 지겨우면서도 때론 즐거운 고민. 하지만 '오늘은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처연한 삶도 있다.
'자본이 차리는' 밥상. 밥상의 차이는 바로 삶의 격차다. 먹거리는 정치 경제 사회를 반영하고, 이 모든 것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때 아닌 집밥 열풍의 배경에도 알고 보면 저성장 시대, 승자독식시대의 우울한 그늘이 짙게 깔려 있다. 고단한 삶에 지친 이들은 백 주부의 '참 쉽죠잉~'이 실천을 부추기면 그나마 손쉬운 이 욕망을 실현하며 존재감을 확인한다.
'지구의 밥상(구정은 외 4명 지음/글항아리/228쪽/1만 4천 원)'은 세계화가 지구촌의 식탁을 어떻게 점령했는지 짚어낸 책이다. 한 가계의 총지출에서 식료품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 엥겔계수는 고소득 가계일수록 낮다. 책은 이 기준을 가정이 아닌 국가로 확대해 세계 10개국의 밥상을 들여다봤다.
무료 급식소 이용자 100만 명.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밀어붙인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 빈부 격차가 심해진 영국은 무려 100만 명이 푸드뱅크에서 연명한다. 양극화는 저가형 슈퍼마켓과 고급형 슈퍼마켓을 동시에 성장시켰다. 저가형 슈퍼마켓엔 싸고 양 많은 '벌크 상품'이, 고급형 슈퍼마켓엔 계급과 계층을 가르는 브랜드 '유기농 식품'이 자리하고 있다.
총 인구가 1만 명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 나우루는 인산염 채굴을 위해 몰려든 열강들이 쏟아붓고 간 인스턴트식품 때문에 전통 먹거리 시장이 몰락하고 국민 90%가 비만에 시달리는 '콜라식민지'가 됐다.
반대로 소련의 체제 붕괴로 시장을 잃고, 미국의 경제 제재로 살 길이 막막해진 쿠바는 뜻밖에 유기농 유토피아가 됐다. 피델 카스트로가 이끄는 쿠바 정부가 도시 곳곳에 유기농 협동농장을 만들어 탈출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쿠바가 54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한 지 6개월. 자본주의 대표 미국의 밥상과 유기농의 미래를 쥐고 있는 쿠바 밥상의 만남은 세계의 식탁에 또 한 번 변화를 몰고 올 듯하다.
'재배식물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아예 시작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곡물의 역사(한스외르크 퀴스터 지음/송소민 옮김/서해문집/336쪽/1만 4천900원)'의 저자인 생태학자 퀴스터는 이렇게 단언했다. '곡물의 역사'는 최초의 경작지에서부터 현대의 슈퍼마켓까지 '재배식물'이 걸어온 길을 따라 인류의 역사를 돌아본다.
쌀, 보리, 밀 등 기본 곡물부터 감자, 딸기, 바나나까지 다양한 재배 식물이 어떻게 세계에 소개됐고 인류와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살폈다. 인류 최초의 경작지는 이스라엘과 요르단 근처를 반달 모양으로 둘러싼 지역이었다. 선사시대, 밀과 보리 등 기초 곡물을 재배하는 '최초의 농부'가 탄생한 곳도 이곳이었다.
신대륙에서 찾은 토마토, 카카오, 호박, 땅콩, 피망, 생강 덕분에 유럽의 음식 종류는 크게 늘었고 유럽에선 밀가루가 신대륙으로 전해졌다. 이 밀 수출로 곡물 무역이 시작됐고 신대륙의 새로운 식물 전파로 재배식물은 글로벌화됐다. 책은 '모든 것이 곡물에서 시작됐고 곡물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먹방, 쿡방 등 요리 관련 방송이 상종가다. 요즘처럼 음식과 관련된 방송이 넘쳐나는 시대는 없었다. 그뿐인가. 음식과 먹거리를 결합한 책만도 수십 종이다.
그러나, 음식 콘텐츠는 넘쳐나는데 비해 재배식물에 관한 책은 거의 없다. 특정 인류의 유래를 거론하는 역사서도 유물에 대해서는 많이 다루지만 식물의 잔해에 관한 언급은 별로 없다. 유적이 발굴될 당시 식물 잔여물이 발견되는 일은 가끔 있었다. 그러나 토양 성분속에 섞여 있기 때문에 식물을 이용했다는 증거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곡물에 대한 역사를 종합적으로 조명한 책이 나왔다. 독일 라이프니츠 대학교 식물지학연구소 한스외르크 퀴스터(식물생태학) 교수가 펴낸 ‘곡물의 역사’는 최초의 경작에서부터 현대의 슈퍼마켓까지를 다룬다.
“만약 재배식물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인류 역사는 아예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곡물의 역사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그는 쌀, 보리, 밀 등 곡물부터 감자, 딸기, 바나나 등 다양한 재배식물이 인류와 어떤 관계와 의미가 있는지를 분석한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그리고 인류 최초 경작지에서 작금의 대형 마트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시공간을 아우른다.
저자는 가장 오래된 재배식물의 원산지를 서남아시아 저지대 건조지역으로 본다. 정확히는 이 지역을 방패 또는 반달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 지역 사람들이 밀과 보리, 콩과 같은 ‘기초 곡물’을 재배했으며 이들이 ‘최초의 농부’라는 것이다.
식물의 재배는 자연스레 경작의 형태로 이어졌다. 농부들은 재배식물을 짐승과 같은 먹이 경쟁자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정착을 하게 되었다. 이후 농업과 경작은 서남아시아 전지역에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유럽에서는 중세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작 장소가 농경지에서 수도원 정원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는 파슬리 등의 향신료 식물과 다양한 약초를 재배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약국’으로 불리었다. 사실 고대 이집트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양파, 지중해에서 많이 이용된 무, 양배추, 배추, 시금치 등도 이런 정원에서 재배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그 같은 식물은 도시 근교의 가정 정원, 귀족의 저택 등지에서도 재배되었다.
신대륙에서 구대륙(유럽)으로 재배식물이 퍼져나간 것은 15세기 말이었다. 이 시기에 식물의 품목과 음식의 종류가 급속도로 확장되었다. 토마토는 가장 빠르게 확산되었는데, 유럽에선 토마토를 ‘사랑의 사과’라고까지 불렀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슈퍼마켓 진열대에는 다양한 식품이 놓여 있다. 밀가루, 과일, 채소 등 품목도 다양하다. 1년 내내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산지의 중요성도 거의 사라졌다. 재배식물도 글로벌화되었고 농업기술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이 늘어나는 인구가 먹을 수 있는 음식, 음식 공급의 안정성,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대단히 다양한 식품 등 매우 많은 일이 경작, 농경문화가 아니었으면 결코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곡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곡물에 모든 것이 달렸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렇다.”
인류의 역사 바꾼 최초의 농부 [대전일보] 2016.01.22
곡물의 역사 한스외르크 퀴스터 지음·송소민 옮김 서해문집·336쪽·1만 4900원
최근 대중매체마다 먹거리와 관련된 콘텐츠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방법부터 맛있게 조리해 먹는 방법, 여행 갔을 때 꼭 먹어야할 음식까지 먹거리와 관련된 콘텐츠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원하는 식품을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언제든지 사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먹거리 콘텐츠를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방송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는 조리법을 익히자마자 슈퍼마켓에서 재료를 손쉽게 구해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언제든지 원하는 식재료를 구하기까지 어떤 인류의 역사가 있었는지에 주목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독일 하노버 라이프니츠대학교의 저명한 생태학자인 저자는 인류 역사의 출발점에는 재배식물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1만 년 전 사람들이 식물의 일부를 들이나 뜰에 심어 생산하게 된 것은 매우 특별한 형태의 진로변경이었다. 식물 재배는 사람들이 정주한 이후 매일 음식을 구할 수 있게된 전제조건으로, 재배식물 경작에 의해 인간의 생활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는 조직된 국가의 존재와 문명의 형성으로 이어졌고 무역망은 점차 대규모로 발전하며 글로벌화 됐으며 생활조건과 복지의 성장도 이뤄졌다. 최초의 농부와 최초의 재배식물 발달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류 역사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15세기 말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와 바스쿠 다 가마의 신대륙 발견은 많은 재배식물이 글로벌화되는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 신대륙 식물은 재배식물의 품목을 대폭 확장시키는 계기 됐는데 특히 토마토가 유럽에서 매우 빠르게 확산됐으며 카카오와 담배도 이 때 전해졌다. 페루가 원산지인 감자를 비롯해 호박, 땅콩, 피망, 생강 등 아메리카를 원산지로 하는 수많은 재배 식물들이 구대륙인 유럽으로 전파됐다. 반대로 밀은 유럽에서 캐나다 남부, 미국, 남아메리카로 퍼졌고 이후 다시 유럽에 수출돼 곡물 무역의 시발점이 됐다.
재배식물이 글로벌화된 후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대량 재배가 가능해진 것은 우리가 현재의 모습으로 1년 내내 다양한 식품을 사 먹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예컨대 키위는 중국 남부가 원산지이지만 20세기 초 뉴질랜드에 들어와 대량 재배되기 시작했고 1960년부터는 뉴질랜드산 키위가 전세계로 수출됐다. 재배식물들은 이런 과정 속에서 보다 맛있고, 조리하기 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재배하기 쉬운 방식 등으로 품종이 개량됐다. 이 같은 변화는 사람에 의한 변화이지만 성장과 쇠락, 경쟁과 선택이라는 자연법칙의 범위 내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유전자 변이는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저자는 점점 더 많이 늘어나는 인구가 먹을 수 있는 음식, 음식의 안정적인 공급, 식품의 다양화 등 먹거리와 관련된 많은 부분이 경작, 즉 농경문화에서 시작됐다고 강조한다. 과거 곡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고 곡물에 모든 것이 달렸던 것처럼, 미래 또한 그럴 것이라는 결론과 함께.
곡물에 인류 어제, 오늘, 내일 달렸다 [한국일보] 2016.01.22
한스외르크 퀴스터 '곡물의 역사'
곡물의 역사. 한스외르크 퀴스터 지음ㆍ송소민 옮김. 서해문집 발행ㆍ337쪽ㆍ1만4,900원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곡물 등 재배식물 경작의 역사를 풀어낸 책이다. 저자 한스외르크 퀴스터는 독일 하노버의 라이프니츠대 식물지리학연구소의 식물생태학 교수다.
그는 식물학자답게 곡물을 서사의 주인공으로 삼는 것도 모자라 역사의 시원(始原)에 놨다. 만약 인류가 경작을 하지 않았다면 인류사도, 세계의 풍경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생물학 연구자는 자신들의 연구 대상인 생물군이 단순히 존재 내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더욱 강하게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그의 집필작업을 이끌었다. 가장 오래된 재배식물의 원산지는 서남아시아 저지대 건조지역을 둘러싼 ‘비옥한 초승달 지대’다. 인류는 여기서 밀, 보리, 콩 등 기초곡물을 싹 틔우고 정착생활을 도모한다.
논밭의 풍경이 다양해지기 시작한 건 중세 유럽. 농부가 아닌 이들도 수도원 정원 등에서 향신료 식물, 약초 등을 키우기 시작했다. 수도원 정원은 이 때문에 ‘살아있는 약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에서 유래된 양파나, 현재까지 사랑 받는 시금치, 당근 등도 모두 유럽의 정원에서 주로 자랐다. 소위 신대륙 발견이 시작되면서부터는 토마토, 카카오, 담배 등 특히 다양한 재배식물이 유럽으로 확산됐다. 세계의 식탁이 비슷한 모습을 하기까지는 무역의 발달뿐 아니라 정원재배, 신대륙 발견을 통한 모종 전파 등이 한 몫 한 셈이다.
저자가 다루는 역사는 유기농법 논쟁, 곡물 재배의 폭발적 증가세, 바이오 에너지를 둘러싼 논란 등 최근 농업의 이슈까지 거슬러온다. 오늘날 인류는 슈퍼마켓을 통해 언제 어디서 누구나 원하는 작물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지만 모두가 행복해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점점 더 커지는 경작지에서 점점 더 적은 수의 농부가 경작한다. 많은 농부가 농업을 포기했다. 21세기 초 곡물 생산은 40년 전보다 약 두 배로 증가했다.”
저자는 곡물과 채소들의 시시콜콜한 특장성을 늘어놓고, 이들의 경작사, 이동사를 더듬어간다. 이 때문에 역사적 호기심으로 책을 집어 든 독자라면 적잖은 대목에서 다소 생경하거나 지루할 수 있겠다. 하지만 경작의 역사가 인류사를 어떻게 촉발시키고 휘감아왔는지를 한 흐름에 정리했다는 것은 장점이다.
무엇보다 그는 농업이 갈수록 전문화하긴 했지만 그럴수록 “나머지 사람들이 농업을 점점 더 이해하지 못하게 됐다”고 우려한다. 이는 역사를 통해 깨치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 등을 돌아보게 한다. 매년 자식 같은 쌀 가마니가 헐값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수년 째 이 땅 농부들의 숙명이 돼 버렸다. 뾰족한 수 없이 “일정량의 쌀 수입은 불가피” 방침을 되풀이 하는 정부는 ‘절대농지’ 해지라는 쉽지만 위험한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밥쌀 수입 개방 반대’를 외치다 경찰의 물대포에 스러진 백발의 농부는 여태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한 채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점점 늘어나는 인구가 먹을 수 있는 음식, 음식 공급의 안정성,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대단히 다양한 식품 등 매우 많은 일이 경작, 농경문화가 아니었으면 결코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곡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곡물에 모든 것이 달렸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렇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하나의 생각이 입을 맴돈다. “특정한 장소에 정주해 살아간 최초의 인류”인 농부에게 우리가 이럴 수는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문자·도시·산업혁명…씨앗이 바꾼 인류사 [매일경제] 2016.01.22
곡물의 역사 / 한스외르크 퀴스터 지음 / 송소민 옮김 / 서해문집 펴냄
"곡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고, 곡물에 모든 것이 달렸다. 어제도,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렇다."
가장 오래된 재배식물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서남아시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고 한다. 저지대 건조 지역을 반달 모양으로 감싼 이곳에서 사람들은 밀, 보리, 콩 등 기초 곡물을 심었다. 최초의 농부 탄생이다. 이후 재배식물 경작은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 그리고 중부와 남부 아메리카 등 지구 여러 갈래로 퍼졌다. 저마다 비슷한 시기에 우후죽순처럼 농경문화가 태동했지만, 그 진행은 지역마다 독자적이었다.
중세 유럽에선 주된 재배식물 경작지가 농부들의 농경지에서 수도원 정원으로 옮겨갔다. 그곳에서 양귀비와 파슬리 등 향신료 식물과 약초가 재배됐으니, 이로 인해 수도원 정원은 '살아 있는 약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15세기 말에는 유럽의 신대륙 발견을 기점으로 다양한 재배식물이 구대륙으로 퍼져나갔고, 그중에서 토마토가 빠른 속도로 유럽 곳곳에 확산됐다. 토마토가 유럽에서 '사랑의 사과'로 불리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반대로 구대륙에서 신대륙으로 전해진 대표 식물은 밀이었다. 유럽에서 캐나다 남부, 미국, 남아메리카 등지로 퍼져나간 밀은 이후에 유럽으로 역수출되기 시작했고, 이는 전 세계 곡물 무역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하노버 라이프니츠대 식물생태학 교수인 저자는 "재배식물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공언한다. "문자는 필요가 없어 아예 고안되지 않았을지 모르고, 필요성이 없는 까닭에 사람들은 도시와 국가를 세우지 않았을 것이며, 산업시설도 결코 건설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로 곡물 경작이 시작되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삶은 선사시대 짐승 사냥과 과일 채집 수준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인류사(史)는 곡물 재배에서 비롯된 것이다.
저자는 선사시대 인류 최초의 경작지부터 현대의 슈퍼마켓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마음대로 넘나든다. 인류사를 추동시킨 곡물의 족보를 더듬어 나가면서 재배식물 경작이 우리네 생활 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꿨음을 알려준다. 비교적 쉽게 읽히는 책으로, 세계 무역 발달과 비판적 소비자 탄생 등 현대 농업의 면모까지 알 수 있다.
곡물의 역사 | 한스외르크 퀴스터 | 서해문집 [경향신문] 2016.01.22
1만년 전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이뤄진 최초의 곡물 재배부터 현대의 슈퍼마켓까지, 곡물을 중심으로 재배 식물의 역사를 다뤘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여러 지역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발달한 농업 양식도 드러난다. 저자는 최초의 농부가 없었다면 어쩌면 인류 역사는 아예 시작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송소민 옮김. 1만4900원
재배 식물이 없었다면, 인류의 역사는 아예 없었을 지도 모를 일…『곡물의 역사』 [매일신문] 2016.01.23
곡물의 역사/한스외르크 퀴스터 지음 / 송소민 옮김 / 서해문집 펴냄/ 336쪽, 1만4천900원
음식과 관련된 콘텐츠가 넘쳐 나는 요즘이다. 음식과 먹거리를 결합한 책들도 많다. 하지만 세계사를 비롯해 어떤 학문 분야에서도 재배식물에 관한 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독특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저명한 생태학자인 퀴스터는 "재배식물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아예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우리가 거의 매일 이용하는 슈퍼마켓에는 다양한 식품이 있다. 빵과 밀가루, 설탕, 과일, 채소 등을 우리는 1년 내내 사서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원산지의 중요성도 사라졌다. 이는 재배식물이 글로벌화 되었고, 농업 기술이 발전해 대량으로 재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키위는 원래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데, 20세기 초 뉴질랜드에 들어와 대량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그 후 뉴질랜드산 키위가 전 세계로 수출되면서 사람들은 으레 키위를 뉴질랜드 과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처럼 현대 농업에선 대량생산을 위해 점점 더 커지는 경작지에서 점점 더 적은 수의 농부가 경작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슈퍼마켓에서 더 다양한 식품이 제공되기를 바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재배식물, 곧 곡물 생산자인 농부와 슈퍼마켓에 진열된 상품의 배후에 ‘농업’이라는 문화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다양한 식품이 경작, 농경문화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만일 재배식물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인류 역사는 아예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결국 곡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곡물에 모든 것이 달렸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렇다"고 했다.
1만 1000년 전 ‘최초의 농부’… 문명의 시작 알렸다 [서울신문] 2016.01.23
곡물의 역사/한스외르크 퀴스터 지음/송소민 옮김/서해문집/336쪽/1만 4900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도시, 우리가 사용하는 문자, 그리고 문명의 이기들이 모두 재배식물에서 비롯됐다고 하면 과장일까? 재배식물이 없었다면 인류는 땅을 이용하지 못한 사냥꾼과 채집인으로 머물렀을 것이고, 문자는 아예 고안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도시와 국가를 세우지도 않았을 것이며, 산업시설도 건설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생태학자 한스외르크 퀴스터는 ‘곡물의 역사“에서 재배식물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됐을 것이고 어쩌면 아예 시작되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단언한다. 그는 약 1만년 전 사람들이 들이나 뜰에 식물을 심기 시작한 것은 특별한 진로 변경이었으며 인간의 생활방식은 재배식물 경작에 의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한다. 책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최초의 경작지에서 현대의 슈퍼마켓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곡물의 역사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돌아본다.
가장 오래된 재배식물의 발생 지역은 서남아시아의 저지대 건조 지역을 방패 또는 반달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밀, 보리, 콩, 아마 등 ‘기초 곡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 해발 200m 지점에서 1만 1000년 전에 ‘최초의 농부’가 탄생한 것이다. 최초의 농부들은 재배식물을 먹이 경쟁자로부터 지키기 위해 한곳에 정착해 살게 됐다. 비슷한 시기 혹은 그 이후에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의 다양한 지역에서는 벼, 기장, 조, 수수, 목화, 옥수수, 해바라기, 땅콩, 토마토 등 또 다른 재배식물들이 탄생했다.
이집트는 원산지가 먼 재배식물을 최초로 재배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원전 4000년쯤 동방의 큰 강 유역에서는 열매가 열리는 관목식물을 재배했다. 포도, 석류, 무화과, 올리브 등은 지중해 전역에서 확산됐다. 수많은 약초와 향신료는 지중해의 관목과 덤불에서 유래했다. 중세 유럽의 수도원 정원에서 양귀비, 파슬리 등의 향신료 식물과 약초를 재배했다. 재배식물의 글로벌화는 15세기 말 유럽의 신대륙 발견이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토마토, 카카오, 담배, 감자, 호박, 땅콩, 피망, 생강 등이 유럽으로 들어와 안정적으로 재배되고 널리 사랑받게 된다. 반대로 밀은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전해진 뒤 다시 유럽으로 수출돼 오늘날 곡물무역의 시발점이 됐다. 오늘날 슈퍼마켓에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식품을 구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충만함에 문화사적인 상관관계를 생각해 보라”고 제안한다.
최초의 농부서 마트까지… 재배식물로 본 人類 [조선일보] 2016.01.23
곡물의 역사ㅣ힌스외르크 퀴스터 지음ㅣ송소민 옮김ㅣ서해문집ㅣ336쪽ㅣ1만4900원
"재배식물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인류 역사는 아예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독일 라이프니츠대학 식물생태학 교수인 저자는 이렇게 단언한다. 문화(culture)라는 말 자체가 경작·재배를 뜻하는 라틴어(colore)에서 유래했으니, 터무니없는 과장은 아니다.
최초의 경작지부터 현대의 수퍼마켓까지 재배식물이 걸어온 길을 따라 인류의 역사를 돌아본다. 가장 오래된 재배식물의 원산지는 서남아시아의 '비옥한 초승달지대'. '최초의 농부'도 여기서 탄생했다. 신대륙에서 건너온 토마토, 카카오, 호박 덕분에 유럽의 음식 종류는 크게 늘었다. 신대륙에는 밀이 유럽으로부터 전해졌다. 쌀, 보리 등 기본 곡물부터 감자, 딸기, 바나나까지 다양한 재배식물이 어떻게 소개됐고 인류와 관계를 맺어왔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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