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북한군 포로들은 억센 평양 억양의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군복 차림의 미국인을 보고 놀랐다. 그의 이름은 해럴드 보켈, 그를 아는 한국인들에게는 옥호열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미국인 선교사다. 이 책은 평생을 한국 선교에 몸바친 옥호열 선교사의 평전이다.
미국 프린스턴신학교를 졸업한 후 1929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이후 10여 년간 함남 원산, 경북 안동·의성 등지에서 선교활동을 벌였다. 그의 아내는 미국인 선교사의 딸로 원산에서 태어났다. 옥호열은 태평양전쟁을 앞둔 1940년 일제(日帝)에 의해 추방됐지만, 해방이 되자마자 돌아와 무너진 기독교를 재건하는 일에 열성적으로 매달렸다. 한국전쟁 때에는 미군에 자원 입대해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다.
흥남 철수 당시 옥호열은 미(美) 10군단장 알몬드 장군을 설득해, 함흥의 기독교인 3000여 명을 흥남으로 철수시킬 열차편을 얻어냈다. 실제로 5만여 명이 흥남으로 철수했다.
그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북한군 포로들을 상대로 활발한 선교활동을 벌였다. 2000명 이상이 세례를 받았고, 그중 200여 명이 나중에 목사나 전도사가 됐다. 그의 활동은 신실한 미국 기독교인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한국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6·25 발발 직전 방한(訪韓)한 존 덜레스 미국 국무부 고문(후일 국무장관 역임)이 북한 피란민 교회인 영락교회 신도들의 뜨거운 신앙심을 목격하고 ‘한국은 도와줄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라고 여기게 됐고, 이후 트루먼·아이젠하워 행정부의 대한(對韓) 정책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일화가 많이 나온다.
기독교가 구한말 이 나라의 문명 개화뿐 아니라, 대한민국 건국과 호국(護國)에도 크게 기여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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