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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음악

Bach, Coffee Cantata BWV 211

by Ddak daddy 2015. 9. 23.

Bach, Coffee Cantata BWV 211

바흐 / '커피 칸타타'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18세기에도 광고음악이 있었을까? 물론 TV가 없는 그 시대의 광고음악은 오늘날의 CM송과는 조금 달랐지만 은근한 홍보 효과를 노린 음악은 있었다. 바흐 역시 18세기 식 광고음악에 기여한 적이 있다. 바흐는 주로 종교적인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커피 칸타타’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바흐의 칸타타 BWV 211은 커피하우스에서 연주된 일종의 커피 광고음악이다.

바흐 시대에는 라이프치히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대유행이었다. 각 가정마다 커피를 즐기는 것은 물론 시내의 여러 커피하우스들은 커피와 담소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처럼 커피하우스가 사람들의 사교장 역할을 하다 보니 때로는 커피하우스에서 소규모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 역시 커피하우스에서의 공연을 목적으로 탄생한 작품으로 일종의 커피 홍보음악이자 작은 희극 오페라 같은 매혹적인 칸타타다. 바흐는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았지만 <커피 칸타타>를 통해 그가 희극적인 양식의 음악에도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커피 유행을 타고 커피하우스에서 공연된 칸타타

본래 ‘칸타타’(Cantata)라는 음악은 이탈리아어의 ‘칸타레’(cantare, 노래하다)에서 유래했다. 17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이 성악곡은 대개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되며 독창과 중창, 합창 등으로 된 짧은 곡들로 구성된다. 칸타타는 대개 종교적인 내용의 ‘교회 칸타타’(cantata da chiesa)와 소규모 오페라라 할 만한 ‘실내 칸타타’(sonata da camera)로 그 종류를 나눌 수 있는데, 교회 칸타타가 간결하고 내면적인 표현 형태를 취하는 데 반해 실내 칸타타는 종종 극적이며 기교적인 것이 특징이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는 실내 칸타타의 극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라이프치히의 치머만의 커피하우스에서 바흐가 이끄는 콜레기움 무지쿰의 공연으로 소개된 이후 큰 인기를 끌었다. 18세기 독일에서는 커피하우스가 생겨나고, 커피를 마시는 게 큰 유행이 되었다.

대부분의 칸타타들과 마찬가지로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구성하는 곡들도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로 이루어지며, 내레이터(테너)와 2명의 주인공이 나와서 마치 작은 희극 오페라를 공연하듯 진행된다. 모두 10곡으로 구성된 <커피 칸타타>의 가사는 <마태수난곡>의 작사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 ‘피칸더’라는 필명을 쓰는 헨리키가 맡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풍자와 익살로 가득해 웃음을 자아낸다.

먼저 내레이터 역할을 맡은 테너 가수가 나와 관객들을 향해 “조용히 하세요! 잡담들 그치시길!”이라는 레치타티보로 관객들의 주의를 끌면서 공연이 시작된다. 그는 커피 칸타타의 두 주인공인 영리한 딸 리스헨(소프라노)과 그녀의 아버지 슐레드리안(베이스)을 소개하며, “잘 들어보세요! 아버지가 왜 화가 나있는지?”라고 노래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윽고 슐레드리안이 투덜대며 “애를 낳아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니까! 그저 속상한 일만 잔뜩 생길 뿐이지!”라고 하며 우스꽝스러운 아리아를 노래한다. 뚝뚝 끊어지는 음표와 딱딱한 리듬에서 희극 오페라 특유의 익살이 배어나온다. 아버지는 과연 무엇 때문에 딸한테 화가 나있을까? 그 다음 레치타티보에 답이 있다.

슐레드리안은 “커피를 당장 치워버려!”라고 소리치듯 노래하며 리스헨이 커피를 마시는 걸 못마땅해한다. 술, 담배도 아닌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한다는 설정 자체가 웃음을 자아낸다. 이는 당대 라이프치히의 커피하우스에 여성의 출입이 제한되는 걸 은근히 비꼬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바흐 당대에 커피 칸타타가 커피하우스에서 연주될 때도 여성의 출입이 금지된 탓에 ‘커피 칸타타’의 소프라노의 아리아는 남성 가수가 가성으로 불러 더욱 희극적인 느낌을 주었다고 한다.

 

 

 

 

Janet Perry, Soprano (Liesgen)

Robert Holl, Bass (Schlendrian)

Peter Schreier, Tenor

Nikolaus Harnoncourt, conductor

Concentus Musicus Wien

1. Recitativo 2. Aria 3. Recitativo 4. Aria

5. Recitativo 6. Aria 7. Recitativo

8. Aria

9. Recitativo 10. Chor

 

커피를 끊으라고 강요하는 아버지와 딸의 실랑이

아버지가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할수록 딸의 커피에 대한 욕망은 더 강해질 뿐이다. 이어지는 리스헨의 아리아 “커피는 어쩜 그렇게 맛있을까”에선 플루트 연주가 분위기를 돋우는 가운데 ‘커피’라는 단어가 자주 반복되며 커피를 향한 강한 욕망이 표현된다. 본래 칸타타에선 주로 건반악기와 현악기가 반주하지만 종종 선율악기인 바이올린과 플루트, 오보에 등이 추가되어 색채감을 더하기도 한다. 리스헨의 첫 번째 아리아에 등장하는 플루트의 매혹적인 연주는 칸타타의 아리아에서 독주악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계가 된다. ▶이 작품은 18세기 커피하우스에서 연주된 커피를 찬양하는 음악이다.

<커피 칸타타>의 마지막 3중창이 연주되기까지 몇 차례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가 끼어들며 아버지와 딸의 실랑이는 계속된다. 슐레드리안은 커피를 마시는 딸에게 화를 내며 산책을 못하게 한다는 둥 스커트를 사주지 않겠다는 둥 여러 가지로 딸을 설득하는 노래를 부르지만 딸은 다른 건 다 없어도 커피만은 안 된다고 말한다. 세련되지 못하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의 아버지는 부점 리듬 등의 허둥대는 듯한 음악으로 표현되고 영리하고 재치 있는 딸의 음악은 상큼하고 명랑한 음악으로 나타난다.

결국 아버지는 최후의 수단으로 약혼자와 결혼을 시키지 않겠다고 위협하자 딸은 이 말에 굴복하고 만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작전상 후퇴’일 뿐이다. 영리한 그녀는 아버지에게 다시는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하며 결혼 승낙을 받아낸 후 혼인계약서에다 ‘커피의 자유 섭취’ 조항을 써넣었다. 결국 그녀는 결혼과 커피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커피 칸타타>의 마지막 장면에선 해설자와 아버지, 딸 역의 세 사람이 다 나와서 “고양이는 쥐잡기를 그만둘 수 없지”라는 3중창을 부르며 희극 칸타타의 막을 내린다.

콜레기움 무지쿰(collegium musicum)  음악을 연주하는 아마추어 또는 전문가들의 자유로운 모임. 16~18세기의 독일 지역에서 유행했으며 점차 직업 음악가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레치타티보(recictativo)  오페라나 오라토리오, 칸타타 등에서 낭독하듯 노래하는 방식, 정해진 선율은 있지만 명확한 박자 없이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아리아(aria)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칸타타 등에 나오는 선율적인 독창곡. 레치타티보의 대칭어로, 일반적으로 독창을 가리키지만 2중창을 아리아라 부르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