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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Brahms Symphony No.1 in c minor, Op.68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교향곡 1번"이라는 말을 듣고 연상되는 작품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말러의 "교향곡 1번"이 혹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1번"이 떠오른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단연코 가장 많은 분의 입에서 나오는 답은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일 것이다. 그만큼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많은 사랑을 받는 곡으로 자주 공연되는 빈도수로 보나 시중에 발매된 음반의 종류로 보나 교향곡 중의 교향곡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곡이다.
브람스가 이 곡을 내놓은 1876년의 독일 음악계는 바그너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던 때로 슈만은 이미 죽은지 20년이 지난 뒤였으며 브루크너의 교향곡 3번은 아직 초연되기 위해 일년을 더 기다려야했던 시기다. 이런 낭만파의 한가운데에서 고전파 음악의 이상을 지키면서 당대의 교향곡으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견고한 구성을 보여주며 내용면에서도 브람스 고유의 서정적이며 중후한 감정을 담고 있어서 그의 교향곡들은 음악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교향곡 1번은 "어둠에서 광명에로"라는 투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나머지 세 교향곡과는 달리 베토벤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그러나 브람스가 그려내는 인생사의 괴로움과 기쁨, 투쟁과 승리는 베토벤의 영웅적이고 개방적인 면모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보다 무겁고 어두운 면이 있는가하면 비극과 승리의 순간에도 인간적인 모습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베토벤의 교향곡과는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
미려한 악상보다는 논리적인 형식미가 강조되어 다른 그의 교향곡들에 비해 곡을 처음 대하는 사람은 친숙하기 어려운 면이 있으나 1번 교향곡의 아름다움은 바로 철옹성같이 탄탄한 구조와 형식미에 있다. 악기 편성도 베토벤 시대에 비해 별로 확대되지 않은 규모여서 고전적인 울림을 만들어 내며 브람스 특유의 무겁고 어두운 오케스트레이션 때문에 당대의 작품으로는 상대적으로 색채효과가 억제되어 있다. 그러나 색채효과가 억제되어있다는 것이 반드시 화려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 멋쟁이는 검은 옷을 즐겨 입는다"라는 말처럼 흰색, 회색, 검은색만 써서도 얼마든지 화려한 연출이 가능하듯 브람스 교향곡 1번의 진정한 멋은 절제된 색상으로 화려한 음향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즉 브람스의 어두운 오케스트레이션은 곡을 전체적으로 모노토닉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나 교향곡답지 않게 지나치게 절제되고 밋밋한 연주는 문제가 있다. 또한 지나치게 칼라풀한 연주도 좋지 않다. 지나친 색채감은 자칫 브람스만의 맛을 잃게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곡의 근본은 회색빛 흑백사진을 보고 있는 듯한 인상에 가까운 것으로 채색화나 칼라사진의 컬러풀한 화려함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견 비슷비슷해 보이는 수묵화나 흑백사진이 진정한 예술적 우위를 가지고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기 위해선 미묘한 빛의 조탁과 잘 짜여진 구도가 더욱 요구되듯이 탁월한 형식미, 잘 연출된 음색의 대비, 질서정연한 오케스트라 밸런스 등을 모두 갖춘 연주는 흔하지 않다.
작곡과 초연
브람스는 22살이었던 1855년 고향인 함부르크에서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을 듣고 감격하고 교향곡을 쓰기로 작정했다 한다. 그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서주가 빠진 지금의 1악장에 해당하는 부분이나 역시 교향곡으로 준비했다가 결국 협주곡으로 1859년에 발표한 피아노 협주곡 1번 준비에 쉽사리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틈틈이 하노버, 피팅겐 또는 뒤셀도르프 등지에서 써나가서 1862년까지는 거의 완성되어 그해 7월엔 친구인 디트리히와 슈만의 미망인이며 브람스의 친구였던 클라라 슈만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그 후 다른 악장을 만들어 갔지만 본격적으로 매달리지는 못하다가 1873년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완성하고는 관현악곡에 상당히 자신을 가지게 됐고 이듬해 1874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이 교향곡에 몰두하여 그 해 여름 쮜리히에서, 다음해엔 하이델부르크 근처에서, 1876년 여름엔 함부르크 근교 저스미츠에서 계속 써나가다, 같은 해 9월에 클라라의 저택이 있는 바덴 바덴 근처의 리히텐타르 저택에서 마침내 완성할 수 있었다. 그의 나이 43세 되는 때였다.
착상부터 완성까지 21년이 걸렸으며 이렇게 늦은 나이에 교향곡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브람스가 얼마나 교향곡의 작곡에 신중했는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베토벤이 남긴 9개의 교향곡의 거인과 같은 모습에 자신의 교향곡이 가려지길 원하지 않았으며 그만큼 그의 작품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브람스가 특히 주의를 기울인 것은 바로 관현악의 색채적인 효과로서 곡이 완성되기까지 몇 번이고 악기를 바꾸어 보거나, 더하거나 빼보면서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고심했다 한다. 1876년 11월 4일 칼르스르에 대공의 궁정 극장에서 오토 데소프의 지휘로 초연된 뒤 이듬해 출판되기까지의 사이에도 몇 번이고 손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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