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와 사시미의 차이…
많은 한국 사람들이 생선회를 좋아하고, 다들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과연 실제로 그럴까?
엊그제 일식집에서 `사시미`가 아닌, 한국식 `생선회`를 잘 얻어처먹고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 주절주절 적어본다.
한국의 `생선회`와, 일본의 `사시미`…
그 둘은 같은 말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생선 회는 "Sashimi" 가 공용어다.
--- 생선초밥 역시 서양에서는 "Sushi" 로 통용된다.
서양 것들은 [ 스시 ] 가 아닌 [ 수쉬 ] 로 발음하면서
후까시스럽고 어설프게들 젓가락질을 하지만… ㅋ
아무튼, 생선을 날로 얇게 썰어 먹는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그러나 단지 그것 이외엔 많이 다르다.
아니, 모든 것이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선회`와 `사시미` 가
"익히지 않은 싱싱한 날생선을 썰어 먹는 것" 이라고는 하나,
바로 잡은 활어회를 선호하는 한국과 숙성된 선어회를 선호하는 일본은
엄밀하게 따지자면 이미 `날생선` 이라는 개념부터 다른 셈이다.
한국의 `회덮밥`과 일본의 `치라시즈시` 가 같은 음식이 아닌 것처럼,
결국 한국의 `생선회` 와 일본의 `사시미` 역시 마찬가지로 같은 말도 아니고,
같은 음식도 아니다.
다만, 한국의 생선회 문화가
일본의 사시미 문화를 좇고 따라 그렇게 경사되고 있기는 하다.
단적인 예로,
한국에서는 초고추장/막장 등과 함께 간장과 와사비가 나오지만,
일본에서 사시미와 함께 초고추장이 나오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생선회… 라고 하면 십중팔구 광어나 우럭을 떠올린다.
광어나 우럭은 흰살 생선이고,
비교적 쫄깃한 식감이라
1~3 mm 정도로 얇게 썬다.
반면, 일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시미는 단연 참치(마구로)다.
한국 사람들도 제법 참치회를 좋아하긴 하지만, 일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참치는 붉은살 생선이고,
상당히 부드러워
5~7 mm 정도로 비교적 두껍게 썬다.
이처럼 좋아하는 생선 종류부터 한/일간의 차이가 있고,
또, 한국에서는 수족관 바닥에서 자고 있는 광어를 깨워서
펄떡거리는 활어로 회쳐먹기 좋아하지만,
일본에서는 최소한 하루 이상,
길게는 3 일 정도까지 숙성시킨 선어를 회쳐먹는다.
물론, 한국에서도 횟집과는 구분되는 일식집에서는 그렇게 숙성시켜 먹기도 하고,
또 일본에도 활어 요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대체로 그렇다는 말이다.
한국 사람들이 대체로 쫄깃쫄깃 씹는 맛을 좋아하고,
일본 사람들이 대개 살살 녹는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것은
`생선회`와 `사시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날생선을 숙성시키면 감칠 맛이 늘어나고 육질은 부드러워진다.
숙성… 이라는 말은 화학적으로 발효 내지 부패와 별 차이가 없는 말이다.
정확히는, 발효 내지 부패하는 그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날생선은 대개 부패하기 바로 직전까지 숙성한 것이 가장 맛있다.
접시에 담는 것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대개 통째로 생선 한 마리를 썰어
그걸 역시 통째로 한 접시에 푸짐하게 담아 여럿이 나눠 먹지만,
일본에서 그런 경우는 드물고 대개 생선 몇 가지를 각각 몇 점씩 담은 모듬회다.
모듬회… 라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개인별로 따로 나오고, 따라서 그 양도 적다.
무엇보다 `생선회`와 `사시미`의 결정적인 차이는
소스, 즉 `초고추장/막장`과 `간장` 이다.
그리고,
한국의 `생선회` 는 마늘, 고추, 깻잎… 등과 함께 상추에 쌈을 싸먹고,
일본의 `사시미` 는 와사비를 곁들여 간장에 찍어먹을 뿐이다.
둘 다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고 장단점이 있겠으나,
원재료 자체의 맛을 보다 잘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시미` 쪽이다.
`생선회` 는 초고추장/막장에다가,
마늘/고추/깻잎 등 향과 맛이 아주 강한 채소로 쌈을 싸먹는데
가뜩이나 맛과 향이 희미한 흰살 생선 원재료의 맛이 제대로 느껴질 리가 없다.
다만,
향과 맛이 강한 멍게 등등의 일부 회는 간장보다 초고추장이 더 잘 어울린다.
일본에는 없는, 한국 횟집의 전통적인(?) 기본 안주로
소위 "츠케다시" 라고들 하는 것들 또한
달고 짜고 맵고... 해서 생각보다 상당히 자극적이어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광어나 우럭 등의
맛과 향이 약한 흰살 생선 메인 디시의 맛을 느끼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자, 잡소리 많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시라!
"쯔께다시/츠케다시"… 등으로 쓰는 한국식 일본말은
그 한국식 발음만으로 보자면,
`付け出し(つけだし, 츠케다시)` 인데,
이건 외상대금 청구서 혹은 계산서 쯤의 의미다. ㅎ
제대로는,
`突き出し(つきだし, 츠키다시)` 라고 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일본 발음 `つ (tsu)` 는 한국말엔 없는 발음이다.
[ ㅊ ㅉ ㅆ ], 이 세 가지가 적절히(?) 섞인 발음이다. ㅎ
여하간, `츠키다시`를 `기본 안주` 라고 순화하는 모양인데,
한국말을 쓰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러나 어차피 기왕 쓰는 일본어라면 제대로 정확하게나 쓰자!
츠키다시! 혹은, 쯔끼다시!
자, 초고추장 퍽퍽 넣고 썩썩 비빈
한국식 광어회덮밥이나 묵으러 가야겠다...
ㅡ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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