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막말 변론과 주심재판관을 겨냥한 ‘기피신청’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막말 발언의 당사자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역임한 법조계 원로라는 점에서 법치주의를 외면한 이들의 행위가 국민 대다수에게 분노와 함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박 대통령 측 움직임이 탄핵심판의 불복을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헌재의 탄핵인용 결정에 대비해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헌재의 심판진행 자체에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불복’의 근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통령 측의 행보에 포스트 탄핵정국에서 사회분열을 가속화하고, 촛불과 태극기로 대별되는 양 세력의 충돌을 선동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거센 비판을 하고 있다.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72·사법시험 8회)는 22일 헌재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16회 변론에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주심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을 상대로 기피신청을 했다. 헌재는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기피신청’을 각하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측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고 헌재가 대통령을 파면할 경우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예고를 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의 파면여부를 결정할 증거와 증언들이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헌재의 종국 결정에 반발하는 등 불복하려면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 외에는 뾰적한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이 부적법하다는 주장과 더불어 재판부의 심판 진행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을 함께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막말변론'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김평우 변호사의 변론 내용도 절차적 정당성에 겨냥한 문제제기가 주를 이뤘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사건이 부적법할 경우 선고하는 각하결정을 촉구하며,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각하’하지 않으면 헌재는 자멸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하며 그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와 그런 얘기를 하는 것도 넌센스"라며 "헌재가 국회가 적법하게 탄핵소추 의결을 했는지 안했는지를 몰라 여태껏 재판을 했겠냐"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국회의 소추절차가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김 변호사) 본인이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솔직히 모르겠지만 헌법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적절하지 않은 의견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탄핵 이후 사회분열 증가 우려 … "대리인이 정치적 선동" 비판 거세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종국결정 이후 사회혼란이 불가피 하다고 우려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탄핵인용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각각 ‘촛불’과 ‘태극기’로 정치세력화하고 있고 서로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 측이 헌재의 결정에 불복을 예고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사는 법률전문가로서 두 가지 역할을 하게 돼 있는데 첫째는 의뢰인의 이익 도모이고, 둘째는 사건이 종국결정이 되면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의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라면 법관의 법과 시민의 법을 중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외려 대통령 대리인단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이 사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심판정에서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대통령 대리인단의 발언과 주심재판관 기피신청 등은 헌재를 향한 변론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정치적지지 세력을 바라보고 일종의 선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정치적 선동 때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일종의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고, 탄핵 이후 당분간 국민 화합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덕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경력을 보면 법조 엘리트들에 해당한다"며 "그들과 같이 사회의 최정상에 속하는 전문가들이 이렇게까지 막장으로 갈 것이라고 국민들은 상상을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탄핵의 전과정을 지켜본 결과 처음부터 대통령이나 대리인단 측에서는 헌재에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법률적 판단을 하는게 아니라 기회를 이용해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갈했다.
탄핵결정 이후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세력의 극한 대립이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 장 교수는 "결국 대통령과 대리인단의 일련의 행위들을 보면 지도층도 본인의 사익을 위해서라면 나라를 걸고 막장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사건 초기에는 '질서있는 퇴진'등 여러 옵션들이 있어서 사회혼란과 피해를 줄이는 방향의 해결책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치러야 할 비용은 치를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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