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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서평

아귀

by Ddak daddy 2017. 1. 18.




아귀(양장)   


아귀
저자
안느-실비 슈프렌거 지음 | 김예령 번역
출판사
열림원
2008-07-21 출간 |ISBN 10 - 8970636013 , ISBN 13 - 9788970636016
판형 A6 |페이지수 148

책소개

도발적이고 불편한 탐욕을 그린 소설!

스위스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안느-실비 슈프렌거의 첫 소설『아귀』. 27세의 폭식증 환자 클라라 그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온갖 종류의 음식물로 배를 채우고, 뒷거리를 배회하며 신을 부르는 클라라 그랑. 그녀가 욕망과 구원, 성스러운 것과 타락한 것, 정신과 육체, 사랑과 폭력, 순수와 죄의식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7세의 폭식증 환자 클라라 그랑은 그녀와 동갑인 거식증 환자 프레데릭을 사랑한다. 그녀에게는 두 아버지가 있다. 하나는 섹스에 사로잡혀 있는 생부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그녀를 보호해주지 않는 하늘에 있는 아버지 '신'이다. 그녀는 구토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구원하려 하고, 매춘을 통해 죄를 씻어내려 한다. 또한 자기 몸에 뚫린 모든 구멍을 막으려 하고, 끊임없이 음식물을 쑤셔 넣는다.

불행한 유년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폭식증 환자 클라라의 심리를 따라 펼쳐지는 이 소설은 19세기의 잔혹극 같은 분위기로 끝을 맺는다.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왠지 모를 불쾌함을 선사하지만, 작가는 간결하고 일상적인 단어들과 부드러운 문체로 무겁고 충격적인 에피소드를 쉽게 읽히게 했다. [양장본]

저자소개

지은이 안느-실비 슈프렌거(Anne-Sylvie Sprenger)
1977년 스위스 로잔에서 태어났다. 문학 및 연극 영화 평론가. 첫 소설이자 화제작 『아귀』로 <24시24heures>와 <르 탕Le temps>지의 표지 면을 장식하였으며, 2007년 한층 더 전복적인 두 번째 소설 『더러운 여자Sale fille』를 펴내 다시 한 번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열렬한 신교도 부모 밑에서 성장한 그녀는 자신이 선과 악에 대해 지나치게 격앙된 관념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아귀』는 온갖 종류의 연극이나 영화, 또는 기사문의 메시지들에 넘쳐나는 진부함과 우울함으로 시달린 젊은 여인이 마침내 그것들을 떨쳐내기 위해 던진 도전장이랄 수도 있겠다. 묵독보다는 소리 내서 연극적으로 읊기 위해 고안된 듯한 문장들을 구사하는 그녀의 글은 정확하고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매혹적이다. 거기에는 지나친 파토스도, 자아도취적이거나 반대로 환심을 사려는 심리도 없다. 대신 가야 할 방향을 잃고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숭고한 분노 속에 자기 파괴의 길을 걷는 한 여인의 신경질적이고도 초조한 고백만이 있을 뿐이다. 예민하고 욕망으로 충만하며 그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혐오감에서 자양분을 얻는 글쓰기, 결코 양보하지 않는 동시에 스스로 즐기는 글쓰기, 끊임없이 시나리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다 매우 연극적인 효과 속에 끝을 맺는 글쓰기로써.

옮긴이 김예령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파리 10대학 현대 불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7대학에서 논문 준비중이다. 옮긴 책으로 인문학 관련 이론서 『숭고에 대하여』(문학과 지성사), 현대 소설 『육체의 악마』(문학과 지성사), 『겨우 사랑하기』(문학세계사), 청소년 소설 『륄라비 혹은 어떤 여행』(물구나무 파랑새 어린이) 등이 있으며 그 외 『조커, 학교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문학과 지성사), 『착한 꼬마 악마』(비룡소) 등 다수의 어린이 책이 있다.

목차

이 책은 내용 자체에 목차가 없습니다.

출판사 서평

매혹적인 문체, 중세 죽음의 우화 같은 결미!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장면들이 연속으로 등장하는 도발적인 소설


온갖 종류의 믿기지 않는 음식물로 뱃속을 채우고, 뒷거리를 배회하며 신을 부르는 클라라 그랑은 과연 누구인가? 부활절을 맞은 로잔의 흐린 아침, 생-발랑탱 성당에서 사제와 목사들이 인간의 뇌와 심장에 일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나눠주는 성체를 훔쳐 입에 집어넣을 수 있는 이 여자는 누구인가?
잔뜩 배부른 상태로 읽는 이에게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클라라의 방황을 통해 형상화된 것은 결국 성과 순수, 정신과 육체라는 영원한 파라독스를 어떤 식으로 무시해야 할지 모른 채 좌절감에 빠지고 만 젊은 여인의 초상이다.

내 이름은 클라라 그랑. 스물일곱 살이고, 신을 믿는다. 아니, 믿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잃을까봐 불안해하기까지 한다. 나는 색깔들을 좋아한다. 특히나 키치류의 알록달록한 색들이 좋다. 하지만 그것들은 나와는 닮지 않은 색들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나와는 비슷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럼 또 다른 내가 있었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다. 밝고, 명랑하고, 여성스러운.... 한때 내가 그런 여자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 클라라는 폭식증 환자다.
내 이름은 클라라 그랑. 스물일곱 살이고, 프레데릭을 사랑한다. 프레데릭은 나와 동갑이고, 거식증을 앓는다.
지나치게 많이 먹었을 때면 나는 거의 예외 없이 먹은 음식들을 게워낸다. 나 자신이 더럽다고 느껴질 때면, 쾌락을 즐긴다. 그러고 있는 나를, 신이 지켜보신다.
(본문 중에서)

나는 육체와 외모라는 문제에 사로잡혀 있는 동시에 물질 자체에 대한 전적인 거부 또한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양가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싶었다. 내가 그린 인물은 하나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고 그로 인해 현실에 대한 그녀의 시각은 왜곡되어 나타난다. - 저자의 말

날 것 그대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반향 큰 소설 안에 글쓰기의 질, 이야기의 밀도, 그리고 주제의 독창성 그 모든 것이 들어 있다. - 벵트 카트르 외르

정확하고 간결하면서도 비타협적인 문체로 쓴 바타이유 식의 소곡이자 극한주의적 경향의 『아귀』는 말 그대로 절망의 카타르시스처럼 먹혀드는 소설이다. - 라 리베르테

짧고도 강렬한 문학적 오브제로서의 『아귀』는, 망각을 향해 치닫는 일방로로 격하되고 만 육체적 향락과 자기 경멸 사이를 오가는 파괴적이며 불안한 혼돈 상태를 아주 적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 엡도

욕망과 구원, 성스러운 것과 타락한 것, 영혼과 육체, 사랑과 폭력, 순수와 죄의식이 부르는 절망의 카타르시스

『아귀』는 날 것째로 먹히는 짧은 소설이다. 27세의 폭식증 환자 클라라 그랑의 이야기로, 그녀는 동갑의 거식증 환자(라고 그녀가 믿고 있는) 프레데릭을 사랑한다. 변기와 찬송가 사이를 오가는 이 탐식의 이야기에는 두 아버지가 서성거린다. 하나는 섹스에 사로잡혀 있는 생부, 또 하나는 하늘에 있으며 역시 그녀를 보호해주지 않는 아버지(신)이다. 클라라는 밥통이라는 이름의 괴물로부터 스스로를 정화하고 해방하고 싶어하며 구토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구원하고자 한다. 또는, 매춘을 통해 자신의 죄를 씻어내려 하고, 결코 깨끗해졌다고 느낄 수 없으면서도 정성스레 몸을 닦는다. 너무 이른 나이에 인간들의 사악한 세상에 내던져진 클라라는 성녀와 암퇘지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녀는 자기 몸에 뚫린 모든 종류의 구멍을 막으려 하고 마치 푸아그라(거위 간)를 만들려는 듯이 자기 몸에 음식물을 쑤셔 넣는다. 동시에 그녀는 학교 친구들의 피맺힌 상처를 빨아줄 수도 있고 엄마가 화장실에서 내는 불쾌한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문 앞에서 찬송가를 부를 수도 있는 여자다. 하지만 문란한 행동도, 기도도, 속죄로 이르는 필연적 길은 아니다. 길을 잃었으나 무리로 되돌아가기를 거부한 양인 클라라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기에 충분한 아귀라는 이름의 세제는 없다.

아귀라는 이름의 세제로
끈적한 더러움이 지워질 때
신은 너의 눈앞에

너무나도 탐욕스런 내 살에
나는 나의 추함을 불평하고
당신의 앙상한 몸을 즐겼지

기억하라, 탐욕의 몸뚱이여
너는 마른 이들의 족속에게도
네가 괴롭히는 신에게도 속해 있지 않아 (p.97)

육체적 충만감에 대한 갈구와 이를 해소하려는 시도가 빚어내는 허기의 악순환

19세기 말의 잔혹극 같은 분위기로 끝을 맺는 『아귀』는,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동시에 그 효과적인 문체를 통해 불과 몇 줄만으로도 작품 속에 빨려들어가게끔 만드는 소설이다. '주제의 무거움', ' 장면들의 도발성', 그리고 '요령 있게 부려진 문체가 그 장면들을 다룰 때 풍기는 어떤 과도한 여성스러움', 이 세 요소들이 이 짤막한 소설 안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고 여겨질 수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면에서는 딱히 설명되지 않는 더부룩한 불쾌감이 뱃속에 한층 묵지근하게 얹히는 느낌이 일 수도 있다. 이 점이 핵심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않은 슈프렌거 역시 그것을 가급적 평이하고 중성적인 단어들과 부드럽고 매끈한 문체, 또 불필요한 맥락을 제거하고 한칼로 자른 듯 날렵한 텍스트를 통해 상쇄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설명한다. 공허한 내면과 비대한 몸(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왜곡된 상)을 가진 여주인공이 잠겨 있는 푹신하고 물렁물렁한 지옥의 폐쇄성 속에서 그녀의 분열된 삶만큼이나 상이한 특성들을 물고 있는 『아귀』는 불행한 유년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폭식증 환자 클라라 그랑의 심리 추이를 따라 펼쳐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무거운 주제와 충격적인 에피소드들이 힘들게 읽히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슈프렌거의 문체는 간결하고 일상적이며, 한마디로 말해 쉽게 잘 읽힌다.

보고 토해도 그뿐이고 울어도 왜 울었는지 되묻게 되지 않는..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실상 낯선 것은 아니다. 무거우면서도 외려 진부하거나 낡았다고 할 수 있는 주제, 그것이 주는 난감함을 상쇄하기 위해 작가가 동원한 수단이 충격적이고 섬뜩한 상상력의 연쇄와 그것을 요리조리 이끌고 가는 매끈하게 잘 쓴 도구적 문체라면, 이 선택이 겪을 수 있는 최대의 함정은 어쩌면 지극히 엽기적이고 작위적인 동시에 지극히 상투적인, 극단적으로 폭력적이고 불쾌하면서도 그 때문에 극단적으로 감상적이고 자기 위무적인, 결국 점점 더 충격의 속도와 눈물의 강도를 높여가지만 이상하게 그럴수록 점점 더 비생산적이고 무반성적으로 자기 사이클 안에 함몰되는 기계적 글쓰기라는 적일 수도 있겠다. 더도 덜도 아닌, 보고 토해도 그뿐이고 울어도 왜 울었는지 되묻게 되지 않는, 따라서 토해도 토한 게 아니고 울어도 진짜로 운 게 아닌 비개연적 트래쉬와 지극한 감상의 혼존태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기실 클라라 그랑의 비극의 핵심이기도 했다.》(옮긴이의 글 중에서)
이와 같은 작품 배경이 눈앞에 펼쳐지기라도 하듯, 폭식증처럼 연인과의 관계에 집착하는 모습과 여주인공의 내면세계는 책의 표지 그림에도 잘 드러나 있다. 육체적 관계와 직업적인 연관성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눈물처럼 정액이 흐르는 느낌이 표현되었고, 입술에 묻어 있는 케이크 조각으로 현재형임을 나타내주었다. 또한 정신을 상징하는 눈은 오드아이로 처리해 주인공에 대한 미스터리함을 남겼다. (일러스트: 이영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