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프리즘]'웰컴 투 동막골' 과 지도자
"거… 고함 한번 지르지 않고… 부락민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그…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뭐요…?"
"뭐를 마이(많이) 멕에이지(먹게 해주지) 머…."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인민군 장교(정재영)와 동막골 촌장(정재진)이 나누는 대화의 한 토막이다. 이 가운데 촌장의 말은 지도자의 최우선 과제는 민생을 돌보는 데 있다는 걸 새삼 절감하게 한다.
극중에서 동막골은 이상향(理想鄕), 촌장은 지도자, 군인들은 희생자이다. 한국판 '지중해'라고 할 수 있는 '웰컴 투 동막골'은 이에 관한 이야기를 수류탄과 옥수수, 감자와 멧돼지를 통해 조명했다. 전화(戰禍)를 입지 않은 첩첩산중의 한 마을에 기거하던 남북한 군인들이 촌장 등 부락민들에 동화돼 하나가 되고, 마을을 위해 산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침범자인 군인들이 희생자로 변하는 시발점은 '수류탄 사건'이다. 부락 곳간에 보관돼 있던 많은 옥수수가 수류탄 폭발로 팝콘이 돼 함박눈처럼 날리는, 전화위복의 돌발 상황을 맞아 그간 으르렁거렸던 남북한 군인들은 마음의 빚장을 연다.
그런 이들은 함께 감자 농사를 짓던 중 또 하나의 돌발 상황을 맞고, 이 또한 슬기롭게 치른다. '멧돼지 사건'이다. 남북한 군인들은 감자밭을 망가뜨리는 집채만한 멧돼지를 힘을 모아 잡고, 사이좋게 포식을 하면서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는 '적과의 동침'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고 동지관계로 발전한다.
이 사건은 평화롭게 통일에 이르는 첩경을 읽게 해준다. 협동과 공유, 나눔이다. 특히 멧돼지를 구워 먹으면서 많이 먹으라고 서로 권유하는 모습(이때 부락민들이 배제된 것은 이들이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은 상생의 비결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상향에 가고 싶다. 고함 한번 지르지 않고 민생을 돌보면서 마을을 이상향으로 가꿔내는 위대한 영도자가 그립다. 박광현 감독이 '웰컴 투 동막골'의 웃음과 눈물 속에 담아놓은 바람일 듯하다.
〈배장수 기자 cam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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