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orak Opera ... Rusalka
Antonín Dvorák: Song to the Moon (Měsíčku na nebi hlubokém) [Rusalka]
드보르작: 달에 부치는 노래 [루살카] - 르네 플레밍, 빈 필하모니커 /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Renee Fleming, Wiener Philharmoniker / Christoph Eschenbach
깊고 깊은 하늘 높이 빛나는 달님이시여, 당신의 빛은 머나먼 곳까지 바라보시나이다. 당신은 넓고 넓은 세상을 돌면서 사람들의 집 안을 들여다 보시나이다. 오- 달님이시여, 잠깐만 그 자리에 멈추소서, 사랑하는 내 님이 어디 계신지 말해 주소서. 하늘의 은빛 달님이시여, 부디 님에게 전해 주소서. 내가 내 님을 꼭 껴안고 있다고. 내 님은 잠시 동안이라도 그 꿈을 생각해야 한다고. 저 멀리 님께서 쉬는 곳을 비춰주소서. 님에게 전해 주소서, 누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지를. 혹시 님께서 내 꿈을 꾸고 있다면, 이 생각이 내 님의 잠을 깨우게 하소서. 오- 달님이시여, 사라지지 마소서.., 사라지지 마소서.....
문명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선물했을지언정, 결코 행복 까지를 선물하진 못했다는 비판론을 가끔 생각해 본다. 영양실조와 전염병이 줄어서 평균수명이 연장되어서 오래 살면 무엇하겠는가. 연장된 수명 만큼 행복을 향유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면 모르되, 그 늘어난 생명의 시간이 한탄과 걱정, 미움으로 채워졌을 가능성은 없는가? 지금 당신은, 혹시 늦게까지 컴퓨터 앞에서 그렇잖아도 노안으로 피로한 눈 비벼가며, 혹은 소음으로 가득찬 작업장에서 허리 두드려 가면서 야근을 해야 할 필요는 없는가? 전기가 없었던 시절에는 일찌감치 초저녁 부터 마당에 멍석을 펴고 온 식구들이 모여서 저녁을 먹고 산 너머 떠오르는 달과 별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할머니에게 도깨비 불 얘기를 듣는 단란함이 있었다. 그리고 순덕이는 느티나무 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면서, 지난 봄에 군대 간 삼복이를 떠올리며 그리움의 노래를 전했으리라. - "그대도 나처럼 휴전선에서 저 달을 보며 지금 내 생각을 하고 있겠죠" 애인이 생각나면 제까닥 핸드폰을 때리는 편리함은 없었지만, 대신 애틋한 정분을 마음에 쌓을 수 있었으리라. 백제의 어느 젊은 아낙네가 장에 갔다가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낭군을 걱정하며 기다리다가, 떠오르는 달님에게 그 안타까움을 털어놓으며 낭군이 무사히 귀가하기를 기원했던 노래 - 정읍사(井邑詞) 실로 오랫만에 그 정읍사를 다시 읽어본다. 고등학교 때 수험준비할 때와는 완연히 다른 느낌이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춰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흐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데를 드데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어느이
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데 졈그랄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달님이시여, 높이높이 돋으시어 멀리멀리 비춰 주소서 장터에 가 계십니까 진 데를 밟으실까 두렵습니다. 아무 곳에나 짐 부려 놓으세요. 우리 님 가시는데 날 저물까 두렵답니다.
서양에서는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귀신들이 설쳐대고 정신질환자의 발작이나 강력범죄 발생이 많아진다던가? 보름달을 술잔에 담궈 마시는 우리의 낭만적인 보름달과는 달리 섬뜩하기 그지없는 서양의 보름달이다. 수필 '그믐달'에서 나도향은 그믐달을 일러서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공주'로 표현했던 반면 보름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을 받는 여왕'에 비교했다. 나도향의 표현이 절묘하다는 생각이다. 이즈러진 모습으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쫓겨난 공주에게 어떤 여인이 간절한 바램으로 합장할 수 있겠는가. 넉넉하고 훤한 미소를 보이는 보름달이어야 한다. 루살카의 달이나 정읍사의 달은 분명 보름달이었으리라.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라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오페라다. 전체가 무대공연으로 오르는 경우도 체코 외의 무대에서는 별로 없고, 그 중 이 '달에 바치는 노래'가 조금 알려졌을 뿐이었는데, 요 몇 년 사이에 인터넷으로 이 노래가 확산되고, 또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삽입곡으로 나오면서, 이 노래와 함께 루살카란 오페라 이름도 덤으로 알려진 듯 싶다. 출세한 자식 덕 본 부모의 경우이리라. 오페라 스토리는 대략, 루살카는 원래 동유럽에 사는 '물의 요정'인데, 왕자를 향한 사랑이 깊어진 나머지 마법사에게 인간으로 만들어 줄 것을 간청하여 인간이 되었으나, 마법사가 제시했던 금기사항을 지키지 못해서 왕자가 죽고, 결국 루살카는 다시 물로 돌아가게 된다는 내용. '달에게 부치는 노래'는 루살카가 왕자를 향한 그리움을 달에게 호소하면서 부르는 노래인데, 전주에서 부터 구슬 같은 하프 독주로 물의 요정,달밤,그리움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일품이다.
Rita Streich, Berlin Radio Symphony Orchestra / Kurt Gaebel
'비엔나의 꾀꼬리'라는 리타 슈트라이히가 부르는 달노래는 또 어떤가. 르네 플레밍, 폰 슈타데가 '달에게 드리는 간절한 합장'이라면, 슈트라이히는 마치 어리광 부리는 것 같지 않은가. 오래전 소니 클래시컬의 'Dvorak in Prague'라는 LD에서 폰 슈타데가 이 노래를 부르는데, 그만 깝빡... 전주에서 떨리는 하프 줄 사이로 나를 쳐다 보는 폰 슈타테의 그 표정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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