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오브 시베리아
원제 : Sibirskij Tsiryulnik
영어제목 : The Barber of Siberia
1998년 러시아영화
감독 : 니키타 미할코프
출연 : 줄리아 오몬드, 올렉 멘시코프, 리처드 해리스
알렉세이 페트렌코, 블라디미르 일린, 로버트 하디
이루지 못한 짧고 애틋한 사랑을 다룬 멜러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는 우리나라에 개봉된 많지
않은 러시아 영화중 한 편입니다. 70년대 러시아 영화의 기수로 떠오른 니키타 미할로프 감독이
연출했는데 '위선의 태양'이라는 대표작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감독입니다. 러시아 감독이 연출
했지만 영국배우인 줄리아 오몬드와 리처드 해리스가 출연하고 있고, 영어와 러시아어가 함께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오프닝은 1905년 시베리아에서 군 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지난 20년의 세월동안 비밀로
간직했던 사연을 편지로 적어 보내는 어머니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1885년 러시아의 사관생도인 안드레이 톨스토이(올렉 멘시코프)는 우연히 열차안에서 미국여인
제인 칼라한(줄리아 오몬드)을 만나게 되고 짧은 만남이지만 특별한 감정을 느낍니다.
제인은 모스크바에서 벌목열차를 개발하여 납품하려고 하는 매크레켄(리처드 해리스) 이라는
노인에게 고용된 로비스트였습니다. 제인은 매크레켄의 딸로 가장하여 러시아 황제와 친분이
높은 사관학교의 교장 레들로프 장군을 유혹하여 황제에게 다리를 놓게하고 매크레켄의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레들로프 장군을 만나러 학교에 간 제인은 그곳에서
안드레이와 운명적인 재회를 하게 됩니다.
영화는 안드레이와 제인의 사랑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흐르지 않습니다. 제인의 모스크바
방문은 레들로프 장군을 유혹하는 것이 목적인데 하필 안드레이는 레들로프 장군이 교장으로
있는 학교의 생도이며 제인과 안드레이의 관계를 모르는 레들로프 장군은 자신이 제인에게
사랑고백을 하러 방문하는 자리에 통역을 위하여 안드레이를 데려가기도 합니다. 사업상
목적때문에 레들로프에게 접근하는 제인이지만 그런 사정을 모른채 질투를 하는 안드레이,
아직 여물지 않은 젊은 청년생도 안드레이의 이런 질투와 사랑은 결국 대형사고를 치게
됩니다.
이루지 못한 짧은 사랑을 다룬 영화들이 제법 있지만 제인과 안드레이 처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사이도 쉽지 않습니다. 제인은 수시로 안드레이가 생도로 있는 학교에
들락거리지만 안드레이와 제대로 된 사랑을 나누지 못합니다. '그저 바라볼 수 만 있는
그대'라는 안스러운 관계이죠. 특히 제인과 레들로프 장군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드레이의 행동은 줄타기를 하는 듯 아슬아슬 합니다. 결국 안드레이는 황제를
초빙하여 공연을 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결정적인 사고를 치게 되고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멀고 먼 길이 되어 버립니다.
제목이 '러브 오브 시베리아'지만 제인과 안드레이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시베리아가
아닌 모스크바입니다. '러브 오브 모스크바'라고 하면 뭔가 밋밋해보이는 제목이라서
뭔가 '험난한 사연'이 있는 느낌을 주는 시베리아를 제목에 사용한 것 같습니다. 실제
원제를 직역하면 시베리아의 이발사로 리처드 해리스가 발명하고자 하는 벌목열차를
일컫는 제목입니다.
사랑하는 두 연인 안드레이와 제인은 굉장히 상반된 캐릭터입니다. 안드레이는 매우
순수하고 정열적인 청년으로 어떤 돌출행도을 할지 모르는 좌충우돌적 모습을 보이는
성숙되지 않는 젊은이이고 제인은 세상사에 닳고 닳은 냉정하고 능란한 여인입니다.
그런 제인이었지만 안드레이의 순수한 사랑은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운명은
두 사람의 사랑을 맺어주지 않습니다.
영화는 전반부와 중반부까지는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20년 후인 1905년에
벌어지는 시베리아 부대에서의 모습도 간간이 짧게 보여주는 이원적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후반부에 시베리아로 배경이 옮겨지는데 10년동안 안드레아와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려온
제인의 참사랑을 보여주는 1895년의 내용이 그려집니다. 그러나 1895년에 벌어진 일은
두 사람의 애틋한 재회가 아니라 제인에게 더 큰 아픔과 상처를 주는 결과가 벌어지고 결국
제인은 마음속에 안드레이에 대한 사랑을 홀로 간직한 채 20년의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시네마천국, 해바라기, 길소뜸 등 오랜 세월을 두고 이루지 못한 사랑의 상처를 다룬 영화들이
있지만 러브 오브 시베리아도 그런 부류입니다. 단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거나 슬프지 않고 경쾌하고 코믹한 분위기로 흐른다는 것입니다. 소재는
슬프고 애틋한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담고 있지만 영화의 장면 장면은 정겹고 코믹한
내용들이 많이 나오며 관객들을 즐겁게 합니다. 특히 모짜르트를 두고 선임하사와 기싸움을
벌이는 제인의 아들의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의 재치있는 연출이
돋보입니다.
영화속에서 피가로의 결혼 공연이 나오고 모짜르트를 숭배하는 고집스런 사병도 등장하는
만큼 모짜르트와도 연관이 있는 영화입니다.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기, 짧은 사랑 긴 이별을
다룬 전형적인 영화로, '한순간의 진실한 사랑'은 수십년 세월을 초월하여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 수 있다는 '사랑의 본질'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많은 영화들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사랑이야기'를 빼놓는다면 남는 영화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영화보기 ------> 주소클릭 https://www.youtube.com/watch?v=Oe8N2KnlBi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