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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Flashdance...What a Feeling'

by Ddak daddy 2017. 9. 16.




영화 플래시 댄스 OST~"What a Feeling"   




 



 

 


 

  What a Feeling.

   








철강도시 피츠버그.  어둠이 서서히 걷혀가는 이른 아침,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가로지르며 출근을 서두르는 주인공의 실루엣과 아침을 맞는 도시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잔잔하게 깔리던 음악은 온통 소음과 용접불꽃이 튀는 분주한 제철공장의 작업장으로 이어지며 박진감을 더해간다.  타이틀 곡인 'Flashdance...What a Feeling'이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을 한껏 고조시킨다.

 

열심히 일하던 한 근로자가 퇴근시간이 되자 용접 헬멧을 벗는다.  미모의 젊은 여성이다.  그녀는 발레리나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낮에는 공장 근로자로, 밤에는 뭇사내들의 호기심어린 눈길을 맞으며 댄서로 일하는 알렉스라는 고아 처녀다.   독립적이고 당돌한 그녀에게서 젊은 시절 자신의 열정을 발견한 회사 사장의 사랑을 얻고, 꿈에 그리던 오디션에도 합격한다는...  다분히 비현실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다.  그러나, 이처럼 빈약한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영화 '플래시댄스(1983)'는 곳곳에 수많은 볼거리 요소들과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히트곡 프래이드를 펼치며 관람객들이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영화적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그중에서도 제니퍼 빌즈의 강렬한 매력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겠다.  풋풋함과 섹시함을 겸비한 신성 제니퍼 빌즈는 어느날 문득 나타나 이렇게 우리 가슴을 '덜컥' 사로잡아 버렸다.  

 
 
 

사실, '플래시댄스'의 성공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특별한 스타가 출연한 것도 아니고, 으리으리한 세팅이나 뛰어난 각본이 받쳐준 것도 아니었다.  R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섹스 신이 나온 것도 아니다.  흥행부진을 우려한 파라마운트사는 개봉 바로 전날 자신의 지분을 25%나 처분했다.  개봉 첫 주 흥행성적은 4백만 달러라는 실망스러운 결과.  그러나, 영화개봉과 함께 발매된 사운드 트랙 앨범이 2주만에 70만 카피가 팔려나갔다.  사운드 트랙에 열광한 청소년들은 영화를 보기위해 나이를 속여가며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결국 플래시댄스는 그해 미국 흥행수익 3위(R등급 영화로는 1위)에 오르는 놀랄만한 성공을 거둔다.  8백만 달러를 들인 이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1억5천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많은 이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영화다.  4천명의 경쟁자와 최종적으로는 데미 무어를 제치고 캐스팅된 제니퍼 빌즈를 단박에 신데렐라로 만들어주었고, 돈 심슨과 함께 공동제작자로 나선 제리 브룩하이머는 이 영화를 발판으로 '탑건', '비벌리힐즈 캅' 등으로 이어지는 히트작들을 연거푸 터뜨리며 거물급 제작자로 올라선다.  CF에서 다진 감각적인 영상미가 빛을 발한 애드리안 라인 감독은 '나인 하프 위크(1986)', '위험한 정사(1987)', '야곱의 사다리(1990)', '은밀한 유혹(1993)' 등 성공작을 쏟아내는 큰 감독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플래시댄스'는 80년대의 새로운 스타일의 물결을 유행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어른들은 어느날 갑자기 애들이 멀쩡한 옷에 가위질을 해대는 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뉴욕 할렘가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브레이크 댄스가 이 영화에서 자연스럽고 코믹하게 소개되고 큰 붐을 유발한다.  영화 속에서 보여준 그녀의 자유분방한 라이프 스타일 역시 뭔가 답답하게 억눌린 80년대 청소년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모델로도 활동했던 그녀가 이 영화 속에서 보여준 탁월한 패션감각 - '사자머리'라 불리운 헤어 스타일에서부터 출근복으로 입은 밀리터리 패션, 헐렁하게 어깨를 드러낸 T셔츠 패션, 원피스 연습복과 타이츠, 칼라 없는 정장 스타일도 큰 화제가 되었고, 새로운 유행을 선도함으로써 그녀를 바야흐로 80년대를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길이 기억되게 했다.  

 

댄스 바에서 일하는 스트립 걸들의 노출신과 지금 생각으로는 상당히 마일드한 정도였던 성적표현으로 인해 이 영화는 R등급으로 분류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개봉될 때는 어느 정도 삭제되었을 지 궁금하다.  (참고로 필자는 국내개봉전 오리지널판을 봤다)   무엇보다, 영화적 장치에 불과하긴 했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스스로의 자존심과 꿈을 잃지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의 파릇한 이미지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환상을 심어주기에도 충분한 영화였다.  극중에서 남자 주인공(마이클 누리)가 실의에 빠진 여주인공에게 일갈한 '꿈을 포기하면 넌 살아 있는게 아냐(When you give up your dream, you die!)'라는 문장이 유행처럼 번졌다.

   

작곡가 조르지오 모로더의 타이틀곡 'Flashdance....What a Feeling'과  'Maniac'은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로 동시에 올랐고, 타이틀곡이 골든 글로버상에 이어 아카데미상까지 받았다.  아이린 카라는 1980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영화 'Fame'에서 주역을 맡고 주제가를 부른데 이어 두번 째 쾌거를 이뤘다.  1988년 서울올림픽 테마송 'Hand in Hand'를 작곡했고, 드나잇 익스프레스, 아메리칸 지골로, 네버 엔딩 스토리, 티프 오브 하트, 캣 피플, 스카페이스 등 숱한 영화에서 음악작업을 맡았던 조르지오 모로더는 이 영화에 이어 1986년 영화 '탑건'의 주제가 'Take My Breath Away'로 연거푸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거머쥔다.

 

킴 칸스의 'I'll Be Here Where The Heart',  조 에스포지토의 'Lady, Lady, Lady', 로라 브레니건의 'Gloria'와 'Imagination', 도나 썸머의 'Romeo', 카렌 카몬의 'Manhunt', 싸이클 V의 'Seduce Me Tonight' 등 영화 전체를 쉴새없이 꿰고있는 히트곡들과 오리지널 스코어로 꽉 채운 OST는 한 곡도 허투로 고른 것이 없을 정도다.  플래시댄스의 사운드 트랙 앨범은 미국에서만 600만 개가 팔려나갔고, 1984년에는 '오리지널  베스트 앨범' 부문의 그래미상을 받았다.

 

공동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와 감독 애드리안 라인은 영화 곳곳에 뮤직 비디오를 삽입한 듯한 스타일을 영화에 접목시켜 성공을 거두었고, 이런 스타일의 영상작업은 3년 뒤 '탑건'으로 이어졌고, 다른 많은 영화들에도 영향을 끼쳤다.  주인공의 샤워댄스, 오디션을 받는 장면 등 영화 곳곳에 나오는 많은 장면들이 패러디되기도 했다.  캐빈 코스트너가 남자주인공 역의 오디션을 봤고, 그룹  KISS의 리더 진 시몬즈가 남자주인공 역에 제의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아버지가 흑인계였던 제니퍼 빌즈는 크면서 인종적 피해의식과 사회적 소외감을 가졌다고 한다.  배스킨 라빈스에서 알바를 뛰기도 한 그녀는 어쨌건 분발했고, 아름답고 영특한 재원이 되었다.  그녀는 모델 일을 겸하며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동급생으로 X파일의 데이비드 듀코프니가 있다.  재학중 '플래시댄스'에 출연한 그녀는 이 영화로 큰 주목을 받고 골든글로버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댄스 대역'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인기하락을 겪는다. 

 

이후 스팅과 'The Bride(1985)', 니콜라스 케이지와 '뱀파이어의 키스(1989)', 덴젤 워싱턴과 'Devil in a Blue Dress(1995)' 등을 찍었지만 범작에 그쳤다.  1986년 독립영화 감독인 알렉산더 록웰과 결혼했다.  1992년 그가 찍은 'In the Soup'에 출연했는데,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았다.  1995년에는 타란티노, 로드리게스를 포함한 네 명의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인 '포룸'에서 그가 찍은 분량에 출연했지만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암튼, '플래시댄스'에서 보여준 그녀의 깜찍발랄, 청순과 섹시미가 어우러진 또 다른 역작의 기대는 영원히 물건너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