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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음악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by Ddak daddy 2017. 1. 3.





                                       동백꽃 여인 --- 방황하는 여인의 아픈 순애보

 

 

주세페 베르디(Verdi Giuseppe)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이다. 알렉산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동백꽃 여인 La Dame aux Camelias'을 기초로 1853년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됐다.

'Traviata'란 정도(正道)에서 벗어나 방황하는 여인이란 뜻.

파리 사교계의 무희 비올레타 발레리와 프로방스 출신의 순정적인 청년 알프레도 제르몽과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 선율과  잘 짜인 드라마적 구성미 덕분에 인기가 높아 세계적인 프리 마돈나들이 여주인공을 맡아왔다.

한국에서는 1948년 '춘희(春姬)'라는 제목으로 김자경씨가 역을 맡았는데, 한국에서 최초로 공연된 오페라이기도 하다.

 

* 극의 줄거리 *

 

먼저 극의 내용을 암시하는 애잔한 '전주곡'이 흐르며 파리에 있는 비올레타의 거실을 배경으로 1막이 오른다.

 


8월의 어느날 밤.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모두가 '축배의 노래'를 합창한다. 그러다 갑자기 심한 기침 발작을 일으키는 비올레타. 한참 뒤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난 그녀는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는데 혼자 있는 줄 알았던 그 방에서 알프레도가 걱정스럽게 자기를 보살피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여기서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에게 '사랑에 불타는 내 마음' 노래한다. 자기는 1년 전부터 짝시랑을 하고 있었다고 고백하고, 그녀가 지금 같은 무절제한 생활을 계속하면 죽게 될 거라면서 하루 속히 이런 생활에서 빠져나오라고 권한다.

이때 불려지는 2중창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날 (Un di, felice, eterea)'은, 겉으로는 알프레도의 사랑 고백을 냉정하게 거절하면서도 가슴 속 깊은 곳에선 참된 사랑을 갈구하는 비올레타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생애. 화려해 보이지만 늘 허무가 남는 삶이지 않던가. 자신을 진심으로 염려해 주는 알프레도에게 감동한 그녀는 가슴에서 동백꽃 한송이를 떼어주며 이 꽃이 시들 때에 다시 찾아오라고 한다.

손님들이 모두 떠나고 홀로 응접실에 남은 비올레타는 야릇한 마음의 동요로 '이상하다! 이상해!(E strano! e strano!)'라고 읆조리는데, 그때 갑자기 알프레도의 사랑의 노래가 멀리서 들려 온다. 여기서 비올렛타는 알프레도에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사랑의 기쁨에 찬 아리아  "아, 그이인가(Ah, fors'e lui)"를 노래한다.
하지만 들뜬 마음이 가라앉은 뒤, 자신의 처지를 잘 아는데다 불안한 미래보다 지금의 삶을 고수하려는 비올레타는 진실한 사랑 따위는 믿지 않는다면서 "언제나 자유롭게(Sempre libera, Follie!)" 라는 노래로 알프레도의 사랑을 거절한다.

 

 

2막의 무대는 그로부터 3개월 후. 끈질긴 구애 끝에 알프레도가 비올레타와 새살림을 꾸민 파리 교외의 집이다.

그새 생활비가 바닥나 알프레도가 돈을 꾸러 나간 사이, 아버지 조르조 제르몽이 찾아온다. 그는 아들을 꼬여낸 나쁜 여자라고 생각한 비올레타가 의외로 품성이 곱고, 패물을 팔아 생활비를 대는 등으로 그녀에게 오히려 아들이 신세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어쩔 수 없다. 고향까지 들려오는 아들에 대한 나쁜 소문 때문에 딸아이의 혼사가 깨지게 됐고, 또 아들의 창창한 장래를 위해서라도 헤어져 달라고 비올레타에게 사정한다.

비올레타는 그의 말을 따른다. 자신을 다시 찾지 말라는 의미로 일부러 냉정히 간단한 메모만 남기고 떠난다.

이를 오해해 배신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하는 알프레도. 아버지 제르몽이  '프로벤차 고향의 하늘과 땅을 너는 기억하니?' 라며 안락한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하지만 소용없다. 비올레타를 찾아 그녀의 친구인 플로라의 별장에서 나타난 그는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비올레타에게 도박에서 딴 돈을 내던지며 "너에게 진 빚은 이것으로 다 갚았다"고 모욕을 준 뒤 떠난다. 

 

 

 

3막의 마지막 장면. 간소한 가구가 딸린 누추한 아파트에 생명이 꺼져가는 비올레타가 누워 있다. 병이 깊어 친구도 없고 돈도 바닥이 난 상태. 그녀는 짧지만 행복했던 지난 날을 떠올리며  '지난날이여, 안녕'을 부른다.

뒤늦게 연락을 받고 알프레도가 찾아와 멀리 떠나 함께 살자는 장래의 계획을 밝히고, 다시 찾은 사랑의 행복을 노래하는 2중창 '파리를 떠나서'를 부르며 위로한다.
이에 반짝 기운을 차린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와 함께 외출하려 하지만 기진해서 주저앉고 만다. 마지막 작별을 고해야 할 때가 오고야 말았다. 그녀는 자기의 자그마한 초상화를 알프레도에게 주면서, 훗날 다른 처녀와 결혼을 하면 이 초상화를 보여주며 "하늘에 있는 천사가 둘의 행복을 빌고 있다"고 말해 달라고  한다.

 

 

 

*********** 감상 ************

preludio 아다지오 b단조

 

짧은 곡이지만 오페라의 내용을 암시하듯 전체적으로 애환이 배어 있다.

이 가락은 후에 비올레타가 알프레도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선율이기도 하며, 

제3막에서 병들어 누운 비올레타를 암시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Libiamo, libiamo ne' ieti calici
che la belleza infiora;
E la fuggevol ora
s'inebrii a volutta.
Libiamo ne' dolci fremiti
che suscita l'amore,
poiche quell'occhio al core
omnipotente va.
Libiamo, amore fra i calici
piu caldi baci avra
 
Tra voi, tra voi sapro dividere
il tempo mio giocondo;
Tutto e follia nel mondo
cio che non e piacer.
Godiam, fugace e rapido
e il gaudio dell' amore,
e un fior che nasce e muore,
ne piu si puo goder.
accento lusighier.
 
La vita e nel tripudio
quando non s'ami ancora....
Nol dite a chi l'ignora,
e il mio destin cosi  

들어라, 행복의 축배를 들어서
청춘의 꿈을 노래하자
청춘의 꿈속에 이 몸을 맡기어 사랑을 속삭이리!
다 같이 축배를 들어 기쁨 속에 잠기세
젊음의 가슴 속에 사랑의 애가 타네!

 
들어라, 행복의 축배를 들어서
사랑을 속삭이리!
청춘의 이 날을 기뻐 노래하자
마음껏 즐기며 마시자
아ㅡ 행복의 이 밤을 축하하여라
청춘의 사랑을!
이 밤 기쁨의 순간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 같이 사랑의 달콤한 꿈 꾸어보세

 
들어라, 사랑의 축배를. 이 꿈이 깨기 전에
아!ㅡㅡㅡ아!ㅡㅡㅡ 같이 즐기자
아!ㅡㅡㅡ아!ㅡㅡㅡ같이 즐기자
아!ㅡㅡㅡㅡㅡㅡㅡ아!ㅡㅡㅡㅡ   

 

 

제1막 - 축배의 노래 (Brindisi : Libiamo ne’lieti calici)

파바로티, 조수미

 

 

 

행복하고 지순했던 날
당신은 나의 마음에 깃들었다오
신비롭고 거룩한 우주의
고동 같은 그 사랑을 알았다오

 

제1막 -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날 (Un di, felice, eterea)

 

 

Alfredo Kraus, Maria Callas(1958)

 

 

제1막 - 이상해! / 아! 그대인가 (E strano! / Ah, fors'e lui)

 
이상하다! 이상해!
그의 말이 마음 속에 깊은 자국을 남겼어!
진짜 사랑따위는 내게는 귀찮은 것일까?
망설이고 있는 내 마음이여, 어쩔 셈인가?
아무도 네게 불을 붙인 적은 없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내가 예전에 몰랐던 기쁨!
이 단순한 쾌락만을 좇는 내 생활을 위해
그 기쁨을 무시할 수 있을까?
 
아, 그 사람인가, 그 사람인가
내 마음을 이렇게 뒤흔드는 이
사랑의 고민 속에 사로잡는 이
내 맘을 산란케 하는 이가
그이였던가, 그이였던가
상냥한 그의 음성이
사랑을 속삭이고 나를 위로했네
그대가 내 영혼 모두 빼앗아 갔네
내 가슴 깊은 사랑의 궁전에
그이로 가득 찼네, 오 그대여!

 

ANGELA GHEORGHIU

 

 

제1막 - 언제나 자유롭게 (Sempre libera Follie) 

 

어리석은 짓이야! 어리석은! 덧없는 꿈이야!
나는 이 파리라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사막 안에 홀로 내버려진 불쌍한 여자.
무슨 희망이 있느냐고? 무엇을 하면 되지?
내 생명 다하도록 이 꽃 저 꽃 찾아다니며 향락의 단 꿀을 한평생 마실까.
어차피 버려진 이 몸의 신세,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옮겨다니며
달콤한 쾌락을 이 잔에 마시리.

 

Angela Gheorghiu

 

 

 

제2막 - 프로벤차 고향의 하늘과 땅을 너는 기억하니? (Di Provenza il mar, il suol)

 

 

제3막 - 지난날이여, 안녕 (Addio del passato)

 

Angela Gheorghiu (Scala 극장, 2007년)

 

Daniela Dessi

 

 

** <라 트라비아타>의 비하인드 스토리 
* 알렉사드르 뒤마 피스, 자신의 연예담을 소설로 쓰다

 

 

  
<라 트라비아타>의 원작은 '몬테 크리스토 백작', '삼총사'로 유명한 알렉산드르 뒤마 페르의 아들인 뒤마 피스가 24세 때 쓴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마르그리트 고체'는 '마리 뒤플레시스(Marie Duplessis)'라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원작에서는 비올레타가 마르그리트 고체, 알플레도가 아르망이다.

실제로 19세기 중반의 짧은 생애를 살면서 파리 사교계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마리 뒤플레시스를 본 사람은 '그녀가 전 세기의 왕녀가 아니면 공작 부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을 지녔다'고 기록했다.
뒤마 피스의 소설 서문을 쓴 저널리스트 쥘 자냉은 그녀를 본 인상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녀가 보석으로 치장한 모습을 보면 그녀는 날 때부터 머리에 관을 얹고 발치에 추종자를 달고 태어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어느 고급 여인들의 모임에서도 이 여인보다 더 아름답고, 이 여인만큼 장식품과 드레스와 언어가 조화를 이루는 여인을 발견할 수가 없다."

그녀의 살롱에는 부유층만이 아니라 문학예술계의 거물 등도 왕래했다. 리스트(Liszt)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리스트의 연주가 자신을 매혹시켰다고 말했고, 리스트는 초면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말을 하는 여인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다.

그녀의 여권에는 그녀가 1미터 65센티 혹은 67센티미터라고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로 보아도 작은 키는 아니며 뒤마 피스에 의하면 '아주 큰 키'에 속했다. 또한 문학적 교양이 사교계의 필수적 조건으로 지배하던 19세기 부르조아 사회의 이미지에 맞는 여인이었던 것 같다.
그녀는 노르망디의 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원래 이름은 알퐁신 플레시스였는데 14살에 가출해서 파리에 와 험한 일을 하며 살았고, 학생가에서 몇몇 학생과 동거하기도 했다. 어느 무도회에서 그녀는 레스토랑 주인의 눈에 띄었고 그를 통하여 그녀는 젊은 드 기쉬 공작과 인연을 맺게 된다. 이로써 파리 사교계에 등장할 발판을 마련하고 이름도 세련되게 마리 뒤플레시스로 고쳤으며 작가와 예술가들, 부유층들이 모이는 밤의 사교계에 여왕으로 입지를 굳혀갔던 것이다.

뒤마 피스는 그가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기 전에 아주 유명했던 아버지의 이름 덕을 보았고, 마리 뒤플레시스의 살롱에 왕래하게 된 것도 부친의 명성 덕분이었다.
뒤마는 그녀와 함께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기침을 하는 그녀를 따라 침실로 갔고 거기서 피가 담긴 은그릇을 보았다. 건강을 조심하라는 말을 하고 그는 동정심 섞인 사랑을 고백했다. 그녀는 거절하나 조건을 붙여 그와 동거하기로 약속했다. 그녀의 행동을 감시하지 말 것, 절대적으로 그녀가 마음대로 행동할 자유를 줄 것 - 뒤마는 그 조건을 지키기로 약속하고 동거를 했는데 그때가 20세였다.
그녀와 산지 몇 주만에 그는 빈털털이가 되었고 결국 먼저 관계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 헤어져 부친을 따라 스페인과 북아프리카 여행을 떠났다. 마리는 부유한 에두아르 페레고 백작을 만나 이듬해 런던에서 결혼했다. 그러나 병이 깊어져 1년만에 죽고 말았다.
마리가 죽은지 1주일 후, 1847년 2월10일 그녀의 사망소식을 들은 뒤마가 파리로 돌아왔다. 그는 그녀의 유품이 경매되는 것을 알고 그녀가 살던 집에 찾아갔다가 '아베 프레보'의 소설 <마농 레스코>를 발견했다. 그녀가 특히 좋아했고 자신도 감명을 받았던 소설이었다. 그 역시 소설가였기에 마리 뒤플레시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쓸 것을 결심한다. 이리하여 마르그리트 고체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동백꽃 아가씨)>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1848년에 발행된 이 소설은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그래서 뒤마는 희곡으로 각색할 것을 결심하고 1주일만에 써내려갔다. 하지만 극장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는데 1851년에 루이 나폴레옹이 새 공화국 정부의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의 이복 동생의 힘을 빌어 드디어 검열을 통과할 수 있었고 연극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 실패로 끝났던 초연(初演)

 

베르디가 파리에 갔을 때 이 작품을 읽고 단숨에 작곡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어로 대본이 완성되었을 때 마침 <일 트로바토레>의 초연을 위한 연습과 겹쳐져 베르디는 그쪽을 지도하면서 이 곡을 작곡해야 하는 등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야만 했으나 그는 <라 트라비아타>에 전념해 짧은 기간에 작곡을 마쳤다.
1853년 3월 6일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막을 올렸는데 이 초연이 실패한 이유는 상당히 희극적이다. 여주인공의 거대한 몸집이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던 것이다. 초연을 담당한 소프라노 살비니 도나텔리의 비대하고 육중한 몸집은 폐병으로 죽어가는 여주인공으로선 너무나 건강하고 뚱뚱했다. 오페라의 끝에 가서 의사가 환자를 보러 온 장면에서 그녀가 "폐병 마지막 단계에 와 있으며 앞으로 몇 시간밖에 더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을 때"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우람함 몸집으로 졸도해서 쓰러지자 주위에 자욱한 먼지가 운무처럼 피어올라 그녀의 뒤에 선 의사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따라서 관객들은 원래는 가슴이 미어지게 애잔한 장면이어야 할 여기서 눈물을 흘리는 대신 아주 터놓고 큰 소리로 웃었다.
이미 베르디는 소프라노 도나텔리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했으며 자기가 원하는 소프라노를 물색해서 바꾸려고 노력했으나 여러가지 여건상 어려워 어쩔 수 없었다. 실패의 또 다른 원인을 찾아보자면 당시 청중들은 17,8세기에 낯익었는데 현대(당시)에다 이야기를 펼친 것이 청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여주인공의 사회적 지위가 창녀라는 점도 큰 반발을 산 요인이 됐다.

1년 후 베르디는 자기가 찾는 요인을 갖추고 있는 가냘픈 소르파노 스페지아를 기용해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되는 부분을 완화하고, 제르몽 역의 고음 부분을 통상의 바리톤 수준으로 낮추었으며, 시대 설정을 1700년대로 옮기는 등 약간의 수정을 가하고 무대에 올려 결국 대성공을 했다. 그 이후로 오늘날에는 비제의 <카르멘>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연 횟수를 자랑하는 오페라로 손꼽히고 있다.

 

 


 



출처:다음 카페 아름다운 60대 -글쓴이: 조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