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
서른한 해의 짧은 생을 살았던 '슈베르트'는
약 600곡의 가곡을 썼는데, 그중에서도
연작 가곡집 형태로 출판된 것은 모두 세 작품입니다.
작곡 연도로 살펴보자면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1823),
<겨울 나그네>(1827),
<백조의 노래>(1828) 순이지요.
'슈베르트'는 '빌헬름 뮐러(Wilhelm M?ller, 1794-1827)'라는
독일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아름다운 물방아간 아가시> 와
<겨울나그네> 두 연작가곡을 만들었습니다.
'뮐러'의 시풍은 매우 소박하고 민요적인데다, 그의 시에서
'슈베르트'는 ‘정처 없는 방랑자’ 라는 자신을 보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시인 '뮐러'는 독일 문학에서의 비중은 별로이고, '슈베르트' 또한,
Under Ground 야인에 가까운 작곡가 였음으로 ..
성향이 비슷한 그들이 양지에 나서기란
너무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당시는 ..
하늘을 찌를 듯한 낭만주의 시대였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뮐러'는 1827년 9월에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고 전해집니다.
1827년은 <겨울 나그네>가 작곡된 바로 그해였습니다.
'슈베르트'는 10월에 <겨울 나그네>를 완성하고
다음 해인 1828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인 '뮐러' 보다 오히려 더 젊은 나이인 31세였습니다.
시대를 잘못타고난 그들은 방랑자 .. 아니,
눈 쌓인 황량한 들판을 걸어가는 겨울 나그네 였습니다.
"슈베르트'가 작곡한 <미완성 교향곡>은 2악장 만으로 되어있지만,
다른 작곡가의 어떤 음악과 견주어도 결코 뒤짐이 없는
세계 3대 교향곡에 손꼽힌다는 것으로도,
그가 태어난 시대적 불운을 알 수있습니다.
'슈베르트' 의 가곡을 듣는다는 것은
혼자 떠나는 여행과 비슷합니다.
게다가 오늘 올린 <겨울 나그네>의 제목인 ‘Die Winterreise’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겨울여행’ 이 됩니다.
물론, 그 여행은 허무와 비애, 외로움으로 가득하지요.
4년 앞서 작곡했던 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만 하더라도
시적 화자의 여정과 극적인 줄거리를 갖이고 있었으며,
자연에 대한 찬미와 청춘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도 가끔 등장합니다.
하지만 <겨울 나그네>에서 '슈베르트' 의 꿈은 완전히 무너집니다.
이 가곡집은 훨씬 절망적인 분위기로 겨울의 어둠 속을 헤매입니다.
모두 24곡으로 이뤄진 이 가곡집의 주제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나그네의 정처 없는 방랑’ 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가곡을 들을 때는 철저하게 혼자여야 한다고,
혼자 떠나는 여행 .. 이어야 한다고 메니아들은 말합니다. 그리고..
가사를 음미하며 들어야 의미가 있다고도 말합니다.
가사의 원문을 모두 올릴 수는 없고
한국어로 된 번역문을 올립니다.
음악이란 .. 어느 곡이 좋고, 나쁘겠습니까 마는 ..
<겨울 나그네>중에서 인기있다는 4곡과 .. 그리고,
우리 젊은이들의 겨울 이야기는 어떨까? 해서
5곡을 개별곡으로 올렸습니다.
이제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이 겨울엔,
겨울여행을 한번 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그리움을 토해내는 겨울바다,
독수리가 날개짓하는 황량한 들판,
칼바람 속에서도 늠름한 나목이 기다리는 백두 능선은 어떻습니까?
금년 마지막 달 첫날 부터 날씨의 조짐은
금년 겨울이 녹녹치 않음을 예감하게 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구요.
'슈베르트'의 삶 .. 그 영혼의 흔들림을 되새기면서,
나에게서 오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생각해 봅니다.
삶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멋진 한주되십시오. - 초 립 -
제 1곡 Gute Nacht 안녕히 (밤 인사)
낯설게 왔다가 낯설게 떠나간다. 5월에는 많은 꽃이 피었고,
소녀는 사랑을 속삭였고,
그녀의 모친은 결혼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어둡고 길은 눈에 덮여 있다.
여행 일정도 없이, 어둠 속에서 혼자 길을 더듬어가야 한다.
달빛을 벗삼아 짐승 발자국을 따라 나는 간다.
쫓겨날 때까지 이 고장에 머무를 수는 없다.
개야, 짖으려거든 실컷 짖어라.
사랑은 방랑을 좋아하고 옮겨 앉도록 신이 마련하셨다.
연인이여, 안녕 ! 그대의 꿈, 그대의 휴식을 잡치지 않으련다.
발소리가 안 나도록 밖에 나가서 문에나
'안녕'이라 쓰리라. 그대가 보고 내 마음을 알도록.. !
제 2곡 Die Wetterfahne 풍향기 깃발
바람이 그녀의 집 풍향기를 희롱한다.
마치 이 고장을 떠나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저 깃발이 나부끼는 뜻을 진작 알았더라면,
이 집에서 진실한 여인을 찾으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을.
바람은 이 집사람들처럼 쌀쌀하구나.
나의 고통 따위가 그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들의 딸은 곧 신부가 될덴데 .. !
제 3곡 Gefrorne Tranen 얼어붙은 눈물
차가운 눈물이 불을 따라 흐른다.
나도 모르게 울었단 말인가.
눈물이여, 차가운 아침이슬처럼 얼음으로 변하다니,
너는 그토록 미지근하단 말인가. 하지만 너는
겨울 얼음도 다 녹여버릴 만큼 뜨겁게 가슴에서 솟아나고 있지 않는가.
제 4곡 Erstarrung 얼어붙은 가슴
눈 속에서 헛되이 그녀의 발자취를 찾는다.
그녀가 내 팔에 기대어 걷던 들판.
흙이 나올 때까지 대지(大地)에 입맞춤하여
뜨거운 눈물로써 얼음을 녹일까. 꽃과 풀은 다 시들고
기억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나의 슬픔이 침묵하면 누가 나에게 그녀를 말하랴.
죽은 듯한 내 마음속에서 그녀의 모습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내 마음이 다시 녹으면, 그녀의 모습도 그곳에서 풀려나리라.
제 5곡 Der Lindenbaum 보리수
성문 앞 샘 곁에 보리수가 서 있다.
나는 그 그늘에서 많은 단꿈을 꾸었다.
줄기에 사랑의 말 숱하게 새겨 넣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찾아갔다.
오늘밤에도 그 곁을 지나면서 어둠 속에서 눈을 감았다.
나무 가지는 수선거리며 나에게 말한다.
'벗이여, 이곳에 네 안식이 있다'고.
찬바람이 불어닥쳐 모자를 벗겨 갔지만,
난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그곳에서 멀리 떨어졌건만,
나에게는 그 수선거림이 들린다. '안식은 이곳에 있다'고 .. !
제 6곡 Wasserflut 넘쳐 흐르는 눈물
눈물이 끝없이 눈 위에 떨어져 차가운 눈송이는
타는 듯한 슬픔을 빨아들인다.
풀이 싹틀 때면 산들바람이 불어, 얼음은 깨지고 눈도 녹으리라.
나의 소망을 아는 눈이여, 어디로 날려 가느냐 ?
나의 눈물을 따라가면 냇물에 닿는다.
눈물과 함께 도시로 흘러들어, 떠들썩한 거리를 지나
내 눈물이 뜨겁게 불타면, 그곳이 내 애인의 집이다.
제 7곡 Auf dem Flusse 냇물 위에서
그토록 즐겁고 힘차게 흐르던 냇물이여.
이별의 말도 없이 왜 조용하기만 한가?
너는 얼어 굳은 옷을 입고 모래 위에 가만히 누워 있구나.
뾰죽한 돌로 네 덮게〔얼음〕에 그녀의 이름과 처음 만났던 날짜,
그리고 헤어진 날짜를 새기고, 동그라미로 둘러싸 놓는다.
나의 마음이여, 이 냇물에 네 모습이 보이지 않느냐.
딱딱한 껍질〔얼음〕밑에는 그것을 깨뜨리려고
격류(激流)가 흐르고 있지나 않을까..?
제 8곡 Ruckblick 회고
얼음을 밟고 왔건만 내 발은 불같이 탄다.
저 탑이 안보일 때까지는 숨조차 쉬지 않으리라.
돌부리에 채이면서 나는 거리로 바삐 간다.
집집의 지붕에서 까마귀가 내 모자 위에 눈송이를 뿌린다.
덧없는 거리여, 전에 나를 맞아주던 그때와는 사뭇 다르구나.
밝은 창에서 종달새와 꾀꼴새가 다투어 노래했고,
큰 보리수는 꽃을 피웠으며, 맑은 냇물은 청아한 노래를 읊었었다.
그리고 소녀의 두 눈은 예쁘게 반짝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 지난날의 일이다.
아, 그날이 추억 속에서 되살아나,
다시 한번 그녀의 집 앞에 멈춰 설 수 있다면 ..
제 9곡 Irrlicht 도깨비 불
깊은 바위 골짜기에서 도깨불이 손짓한다.
어디로 빠지는 길인지는 몰라도 좋다.
헤매는 데는 익숙했고, 길은 결국 어디론가 뚫려 잇기 마련이다.
기쁨도 슬픔도 다 도깨비불의 장난.
골짜기의 바닥난 냇바닥을 나는 꼬불꼬불 내려간다.
흐름은 모두 바다로 합치고, 슬픔은 모두 무덤으로 이어진다.
제 10곡 Rast 휴식
나는 이제 지쳤구나. 좀 쉬자.
황량한 길을 헤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다리는 휴식을 바라지 않고, 멈춰서면 너무 춥다.
어깨는 무거운 짐을 마다 않고, 강풍은 나를 앞으로 몰아세운다.
조그만 숯막에서 잠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내 사지(四肢)는 쉬지 않고, 상처는 타 들어간다.
마음이여, 싸움과 폭풍우에 억세게 맞섰지만,
조용한 지금 그 상처는 불타듯 쑤신다.
제 11곡 Fr?hlingstraum 봄의 꿈
5월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갖가지 꽃,
새들이 즐겁게 지저귀는 푸른 들을 꿈에서 보았다.
그러나 닭울음소리에 눈떠보면 거기는 차고 어두우며,
지붕에서는 까마귀가 운다.
유리창에 나뭇잎을 그린 것은 언제일까.
가슴에 연인을 품게 될 날은 언제일까 ..?
제 12곡 Einsamkeit 고독
전나무 가지에 산들바람이 불면,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로질러가듯..
나는 밝고 즐거운 생활을 지나쳐 혼자 쓸쓸히 무거운 다리를 끌고 간다.
아, 바람은 잔잔, 세상은 밝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때는, 나는 이토록 처참하지는 않았는데 .. !
제 13곡 Die Post 우편마차
거리 너머에서 우편마차의 나팔 소리가 들린다.
내 마음이 이토록 설레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편마차가 소식을 가져올 리 만무인데,
내 가슴이 이토록 뛰노는 까닭은 무엇일가.
오, 내 가슴이여! 우편마차는 연인이 살고 있는 거리에서 왔다.
내 마음은 또다시 그 거리를 상기하면서,
그곳 안부를 알고자 하는 것일까. 오, 내 마음이여!」
제 14곡 Der greise Kopf 백발
서리가 내 머리칼을 희게 만들었다. 늙었다고 좋아했는데,
곧 녹아 버려서 다시 검은 머리칼이 나타났다.
나는 아직도 젊은 데 소름이 끼쳤다.
관(棺)까지는 그토록 멀단 말인가.
저녁놀에서 아침놀 사이에 백발이 된 사람도 많은데 ..
이 긴 여행을 거치고도 내 머리칼이 아직도 희다면 누가 곧이 믿겠는가.
제 15곡 Die Krahe 까마귀
거리를 떠날 때부터 한 마리의 까마귀가 뒤따르더니,
오늘도 머리 위를 빙빙 돌고 있다.
까마귀여, 이상한 날짐승이여, 내 곁을 떠나지 않을 속셈이냐?
곧 내 몸둥아리를 쪼아먹겠다는 거냐?
나는 이제 지팡이네 의지하고도 더 걸어갈 수 없다.
까마귀여,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너의 충직(忠直)함을 보여 다오.
제 16곡 Letzte Hoffnung 최후의 희망
나무마다 잎들이 단풍들었다.
나는 여러 차례 그 그늘에 멈추어 서서 사념에 잠겨
한 장의 이파리를 바라보며, 그것에 희망을 걸었다.
바람은 그 이파리를 희롱하였고, 나는 몸서리를 쳤다.
아, 이파리는 땅에 떨어지고 내 희망도 사라졌다.
나는 땅 위에 쓰러졌다. 울어라,
희망의 무덤지고 내 희망도 사라졌다.
나는 땅 위에 쓰러졌다. 울어라, 희망의 무덤위에서 ..
제 17곡 Im Dorfe 동네에
개는 짖고 사슬은 절걱거린다.
사람들은 저마다 잠결에서 좋든 궂든 꿈을 더듬지만,
아침이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만다.
거기서 그들은 꿈을 즐기고 오래 꿈꾸기를 바란다.
한번만 더 사랑하는 여자와 입맞추고 싶어서..
밤을 지키는 개야, 밤새도록 짖어서 나를 쉬지 못하게 하렴.
내 꿈은 끝났으니까, 그들과 함께 잠잘 수는 없구나
제 18곡 Der sturmische Morgen 폭풍우의 아침
폭풍우는 하늘의 회색옷을 찢고,
구름조각이 지쳐서 흩날리는 틈새로 붉은 번개가 내닫는다.
그여말로 내 마음에 굽이치는 아침같구나.
내마음은 하늘에서 제 모습을 찾는다.
차갑고 거칠은 겨울이구나 .. !
제 19곡 Tauschung 환상
내 앞에서 한빛이 상냥하게 춤춘다.
그것은 방랑자를 흘리는것인줄 알면서 나는 그것을 쫓는다.
아, 나처럼 처참한 인간은 스스로 그 덫에 걸리기 마련.
그것은 얼음과 어둠과 공포의 저편에 밝고 따뜻한집,
그리고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을 비친다.
나를 기쁘게 하는것은 오직 환영뿐이다.
제 20곡 Der Wegweiser 이정표
왜 나는 남들이 가는길을 피해서,
짐짓 눈에 묻힌 산중 오솔길을 택하는것일까.
사람들을 두려워할 죄를 범한것도 아닌데,
황야로 내모는 내마음은 이토록 어리석구나.
길가에 이정표가 서 있어서 거리쪽을 가르키고 있다.
그러나 나는 쉬지도 않고 안식을 찾아 걷고 또 걷는다.
이정표는 내앞에 말없이 서있다.
나는 돌아온 사람이 없는 길을 가는것이다.
제 21곡 Das Wirtshaus 여인숙
길은 나를 무덤으로 데려왔다.
나는 이곳 손님이 되고싶다.
녹색조화는 지친 나그네를 차가운 잠자리로 불러들이는 표지같다.
이집 방도 만원일까.
나는 지쳐 쓰러졌고 죽을만큼 상처는 무겁다.
오, 무정한 잠자리여, 나를 거절하는가!
그렇다면 또 앞으로 가야지. 나의 충실한 지팡이여!
제 22곡 Mut 용기
내 얼굴에 눈이 내리면 그것을 털어버리자.
내 가슴속에서 마음이 발하면 밝고 즐겁게 노래해야지.
나에게 말을 걸 필요는 없다. 그런 귀는 나에게 없다.
한탄에는 마음 쓰지 말자. 그것은 어리석은일이다.
바람에도 천둥에도 맞서서 유쾌하게 이세상을 살아 나가자.
이세상에 신이 없다면 내가 바로 신이다.
제 23곡 Die Nebensonnen 환각 속의 태양
하늘에 3개의 태양을 본다.
가만히 지켜보면 그들도 내게서 떠나갈 기색이 없다.
아, 너희는 내태양이 아니다. 다른 얼굴을 비추라.
그렇다 내게도 최근까지 3개의 태양이 있었지만
그중 친하던 2개는 저버렸다.
이제 제3의 태양아 너마저 지려므나. 어둠속이 나는 더 좋단다.
제 24곡 Der Leiermann 길가의 늙은 악사
마을 모퉁이에 한 악사가 서서, 얼어붙은 손으로
힘껏 허디 거디의 핸들을 돌리고있다.
얼음위에서 맨발로 비칠거리며, 작은 접시에는 동전 한잎도없다.
아무도 들으려 않고 보려고도 않는다.
개가 늙은이를 보고 짖는다.
그러나 노인은 막무가내로 핸들만 돌린다.
불가사의한 늙은이여, 나도 당신과 동행합시다.
내 노래에 부쳐서 핸들을 돌리잖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