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서평

수상한 식물들

Ddak daddy 2021. 5. 21. 22:04

다양하고 놀라운 식물의 생존 전략

 

작년 연말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여섯 달 동안 계속되면서 엄청난 산림 피해가 발생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코알라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코알라가 먹는 유칼립투스를 비롯한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은 고스란히 화마에 휩싸여야 했다. 산불 원인으로 고온과 가뭄을 꼽았지만 유칼립투스에서 나오는 오일이 화염을 확대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산불 속에서 유칼립투스의 씨앗 발아가 극대화되며 빠르게 회복된다고 한다. 산불은 생명체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불이 나기만을 기다리는 식물이 있다니... 방크스 소나무, 자이언트 세쿼이아 같은 식물들이 그렇다고 한다.

 

<수상한 식물들> 저자는 와일리 블레빈스이다. 이 책은 생태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개별 식물들의 전략에 대한 이야기다. 희귀하고 이국적인 이름의 꽃들과 신비롭지만 믿기지 않는 생존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1장에서는 라플레시아, 스컹크 캐비지, 데드 호스 아룸, 타이탄 아룸, 헬레보어, 대곰보버섯 등 악취와 지독한 냄새로 외부 환경에 대처하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다

 

2장에서는 지구에 700여 종이 있다는 육식식물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은 대부분 늪이나 습지처럼 무기물이 거의 없는 혹독한 지역이나 땅속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산악지대에 서식한다. 이런 곳에서는 땅에서 충분한 양분을 얻을 수 없어서 파리, 개미, 거미, 귀뚜라미 같은 곤충을 포획하여 섭취하게 된다. 파리지옥, 벌레잡이통풀, 끈끈이주걱, 코브라백합 등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3장에서는 식물이 보유한 가시, 독성물질, 덩굴 등 다양한 무기로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다. 아카시아나무, 토마토, 고사리, 큰돼지풀 등이 대표적인 식물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교살자 무화과나무였다. 새들이 무화과 열매를 먹고 씨앗을 다른 나무 위에 떨어뜨린다. 씨앗은 나뭇가지 위에 싹을 틔운다. 기생식물인 교살자 무화과나무는 숙주식물을 휘감으며 양분은 물론 빛과 물까지 차지해 버린다. 그러면 숙주식물은 죽게 된다.

 

4장에서는 식물의 의태에 대한 이야기다. 푸야네 의태, 베이츠 의태, 도드손 의태 등 천적 또는 꽃가루 매개자를 속이기 위한 진화한 모방 행동에 대한 내용이다. 칠레 및 아르헨티나 우림에 서식하는 보킬라 덩굴식물은 숙주식물의 잎 모양을 따라 변해간다고 한다. 흉내 낼 수 있는 식물도 여덟 가지나 된다.

더욱 놀라운 이 식물은 숙주식물과 접촉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숙주식물의 잎을 모방한다는 점이다.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신기할 따름이다.

 

5장에서는 척박한 환경에 서식하는 식물들의 생존기이다. 북극버드나무, 코튼우드, 바오바브나무 등의 사례가 등장한다.

 

6장은 이끼, 덩굴식물 새삼, 미모사, 멕시코 점프콩 등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다. 동물처럼 멀리 이동한다기 보다 태양빛 등 외부 환경에 따라 이파리 방향이 바뀌거나, 씨앗이 동물이나 사람에게 붙어서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삼의 경우 싹을 틔울 무렵에는 뿌리가 있다. 줄기는 먹이를 찾아 땅을 기어다닌다. 화학물질의 냄새로 숙주식물을 발견하면 달려들어 몸체를 휘감는다. 송곳니깥은 기생 뿌리로 영양분을 모두 빨아들여 죽게 만든다. 정말 잔인한 식물이다. 이런 식물도 자연계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는지 궁금하다.

 

7장은 산불이라는 끔찍한 재앙에서 살아남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다. 믿거나 말거나 베이퍼바크나무는 불에 타지 않는 내화성이 있다고 한다. 방크스 소나무, 자이언트 세쿼이아도 산불을 기회로 씨앗을 멀리 퍼트린다고 한다. 또한 백선, 유칼립투스 같은 식물은 불을 붙이는 능력이 생존에 필요한 조건이라고 한다.

 

다양한 식물의 생존전략이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싸우는 식물>이라는 책에서 언급된 내용들도 있었지만, 진짜 생존전략일까 의심스러운 전략도 있었다.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식물의 생존능력과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신비하고 존경스럽다.

<싸우는 식물>이 식물의 생존을 다른 유기체와 전투 중심으로 포괄적으로 표현한 반면, 이 책은 개별 개체의 생존 전략에 대해 중심을 두어 기술하고 있다. 본문에서 바로 용어를 설명해 주고 있어서 좋았다.

다만 개별 식물의 생존전략에 대한 설명이 너무 간단하여 아쉬웠다. 특히 닌자와 식물을 비교하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식물이 '닌자'의 속성과 얼마나 비슷한지 모르겠지만... 거슬렸다. 청소년용 도서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바였다.

부끄럽지만 식물의 수분 과정도 이 책을 통해서야 알았다.

 

 

 

 

 

 

[출처] 수상한 식물들 (와일리 블레빈스)|작성자 귤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