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의 세계 M1개런드(Garand) 소총
태평양과 유럽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르면서 연합군의 군수공장 노릇까지 했던 미국은 사상 최대의 전쟁인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었다. 그런데 전쟁 말기에 등장한 핵폭탄 같은 필살기나 B-17, B-29 같은 폭격기처럼 뛰어난 무기도 있었지만 미국이 만들고 보유했던 모든 무기가 상대를 압도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지상 전투에 사용된 많은 무기는 독일에 비해 질적으로 열세인 경우가 많았다. 독일군 소총보다 우수했던 미군 소총예를 들어 미군이 주력으로 사용한 M4 전차들에게는 독일의 티거(Tiger) 전차와 4대 1의 우세가 전제되지 않는 한 교전을 삼가라는 지침까지 하달되었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질적인 열세를 양으로 만회하겠다는 뜻이었다. 전쟁 말기에 M26 같은 중전차가 투입되기도 하였지만 너무 등장이 늦어 전황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였다. 이처럼 적어도 1대 1로 비교했을 때 독일군 무기보다 질적으로 우세했던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양산하다1920년대 들어 미군은 기존의 제식 소총인 M1903 스프링필드를 대체하기 위한 사업을 실시했다. 당초에는 차기 제식 소총으로 자동소총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반자동소총으로 개발 방향을 선회했다. 이에 여러 총기 제작사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1928년 캐나다 태생의 엔지니어인 개런드(John Garand)가 제안한 T1을 후보로 채택했다.
하지만 1931년 당시 미 육군참모총장이던 맥아더(Douglas MacArthur)는 기존 제식탄인 30구경(7.62mm) 스프링필드 탄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T1의 도입을 거부했다. 스프링필드 탄은 화력이 강하지만 반동이 커서 자동화 된 소총에 적합하지 않았다. 따라서 T1은 새로이 개발된 .276구경(7mm) 탄을 사용했는데, 문제는 기존에 비축된 스프링필드 탄이 너무 많아 별도의 총탄을 채택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본 것이었다. 일부 자료에서는 이를 맥아더의 아집 정도로 언급하기도 하지만, 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군대나 군비의 운영을 거시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정책 입안자 입장에서는 제식무기나 탄을 되도록 단순하게 통일하는 것이 당연히 바람직하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1933년 스프링필드 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한 T3가 탄생하여, 실험을 거쳐 M1이라는 이름으로 제식화되어 1936년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하지만 초도 물량의 인도는 1939년 9월에나 이루어졌는데, 당시 미군의 상황을 고려하여 기존 M1903을 장기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교체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급습으로 미국이 2차대전에 전격적으로 참전하게 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의 경제는 즉각 전시체제로 들어갔고, 전력 증강에 발맞추어 대량생산한 M1 개런드도 전군에 급속도로 보급했다.
선결 조건실전에 사용되는 주력 소총이 자동화될수록 좋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이런 당연한 상식을 실행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단지 총을 자동화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으나 반동 등으로 말미암아 총이 커지고 무거워져서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어렵게 된다. 때문에 권총 탄을 사용하여 파괴력이 약한 기관단총이 등장한 것이다. 이처럼 소총을 무리 없이 사용할 만큼 자동화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거인의 퇴장M1 개런드는 파괴력과 정확도가 뛰어났으면서도 볼트액션 소총과 비교할 수 없는 연사력 덕분에 화력의 우위를 확보하여 주었고 특히 대부분의 기존 소총보다 많은 8발의 장탄량은 뛰어난 장점이었다. 따라서 별도의 화력지원이 없는 단순한 소부대간의 교전에서 미군이 밀린 적은 없었다. 이처럼 M1 개런드는 거대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공신이었고 이후 발발한 한국전쟁에서도 주력 소총으로 사용되었다.
짧은 전성기2차대전, 한국전쟁을 비롯한 이후 여러 국지전에서 뛰어난 전과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제식소총으로써 M1 개런드의 생애는 짧은 축에 속한다. 그 이유는 2차대전 종전을 기점으로 전반적인 소총의 개발 사상이 반자동소총이라는 단계를 뛰어 넘어 볼트액션에서 곧바로 자동소총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사실 반자동소총은 M1 개런드를 제외하면 그다지 인상적으로 활약한 것이 드물었다.
여담으로 현재 사용 가능한 상태의 M1 개런드를 제일 많이 보유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한국전쟁 때 미군이 공여한 많은 수량의 M1 개런드를 예비군용 치장물자로 보관했기 때문인데, 사실 이제는 도태해야 할 상태다. 그런데 M1 개런드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이 대단하여, 이를 수출하여 민간용으로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재미있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닌가 생각한다. 제원 탄약 : 7.62×63mm (.30-06 스프링필드 탄), 7.62×51mm NATO (.308 윈체스터) 작동방식 : 롱 스트로크 가스피스톤 방식, 회전노리쇠 전장 : 1,100mm 중량 : 4.2kg 발사속도 : 분당 50발 유효사거리 : 500m 글 / 남도현[군사 저술가]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자료제공 / 유용원의 군사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