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뉴욕의 가을

Ddak daddy 2016. 12. 5. 11:54




뉴욕의 가을 [SERENATA DE SCHUBERT]    


       

                      


                 

 


 

영화 '뉴욕의 가을'은 시화집 같은 느낌이 든다.
앙증맞은 목소리의 위노라 라이더가 읊어주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영화의 맛을 더한다.
네모난 상자를 그냥 막 던져놓기라도 한 듯 멋없이 솟아있기만 한 뉴욕의 빌딩 숲,
그 사이로 녹음의 미련을 느낄 수도 있는 또한 주홍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담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의외다.

 48세의 골동품(?) 같은 남자 리차드 기어과 이제 막 반죽을 끝 낸 질그릇 같은 여자
 22세의 위노나 라이더와의 사랑만큼이나.
이 영화는 종전 비운의 러브스토리의 형식을 쫓아가지는 않는다.
처음 만남에서부터 바람둥이 윌(리차드 기어 역)은 늘 그러하듯이
어린 샬롯(위노나 라이더 역)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하룻밤의 관계, 여기까지라고 한다.
또한 자신에게 사랑을 기대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인다.

거기에 맞서 발칙한 샬롯은 내가 살 수 있는 기간 역시 얼마 되지 않는다고 내뱉는다.
자신도 그 시간까지밖에 사랑할 시간이 없노라고.
꺼내놓고 시작하는 불치병의 여자와 바람둥이 남자와의 사랑이야기,
이것이 '뉴욕의 가을' 내용이다.
"거, 다행이네. 예쁘고, 젊고, 일찍 죽고 그만한 짝이 어딨나?"윌의 친구는
 이 젊고 매력적인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윌에게 이렇게 비아냥거린다.
그러나 말한다. 샬롯을 만나라고. 그리고 상처를 주지 말라고.
그러나 사랑을 믿지 않는 윌은 이제껏 살아왔던 대로 샤롯을 사랑하면서도 다른 관계를 맺는다.

그것은 48년동안 윌이란 남자의 생활방식이며 특별난 것이 없는 그의 삶이다.
샬롯은 그런 사랑을 거부한다.
그런 샬롯에게 윌은 말한다. 그런 소녀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사랑은 없다고.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했다.
서서히 사랑을 찾아가는 윌, 버린 딸에게서 부정(父情)을, 어린 연인에게서 사랑을 그는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 사랑을 지키려 한다.
그러나... 어린 샬롯은 이제 그의 옆에 없다.
 '뉴욕의 가을'은 사랑의 풍성함과 공허함을 동시에 그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 달랠 수 없는 공허함까지 풍성함으로,
풍성한 추억으로 달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샬롯이 "내가 갖고 있다는 것을 잊을 때 주겠다"던 윌의 시계를 남기고 간 것은
그것을 희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역시 샬롯의 할머니가 시간을 초월하며 사랑한다고 비아냥거리던 윌에게
어쩌면 샬롯은 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바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래는 영화 속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영화 전반에서 보여지는 리차드 기어의 심정을 담고 있는 듯한
 '에밀리 디킨슨'의 시다.
한사람의 아픈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다면, 난 헛되이 살지 않았다.
하나의 고통받는 삶에 안락함이 되어줄 수 있다면,
아니, 하나의 아픔을 가라앉히고 한 마리의 추락하는 물새를 도와 다시 그의 둥지에 놓아줄 수 있다면...-에밀리 디킨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