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의 숨은 의미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고 경고하시는 말씀을 듣습니다.
제자들은 그 말씀을 듣고도 그 의미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하게 “빵이 없구나!”하며 서로 걱정합니다.
제자들이 왜 예수님의 말씀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을까요? 아니, 전혀 엉뚱하게 알아들었을까요? 어떤 생각에 사로잡히면 거기에 매여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게 마련입니다.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그런 것이지요.
제자들은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만 잊어버리고 빵을 가져오지 못하여 배 안에는 빵이 한 덩어리밖에 없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제자들은 거기에 온통 마음이 가 있었던 것이지요. 빵이 한 덩어리 밖에 없다는 생각이 모든 것을 빵으로 보게 합니다.
제가 이전 글에서 서원식이 있던 날의 관구장 신원식 신부님의 강론에 대해 썼잖아요. 저는 그 강론의 핵심만 요약하느라고 예를 든 내용은 생략했는데, 사실 재미 있는 내용이 있었어요.
오래 전, 화곡동 신학원에서 세 명의 수사가 일주일 단식을 했답니다. 그런데 그 일주일 동안 그 수사님들이 이야기하는 모든 내용은 다 음식에 관한 것으로 시작하여, 음식에 관한 것으로 끝났답니다. 단식을 하지만 관심은 온통 음식에 가 있는 것이지요. 관구장 신부님은 그렇게 수사님들이 거룩함에 대해 관심이 있으면, 거룩함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를 든 것이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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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의 제자들의 상황을 비추어 보면, 우리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빵이 상징하는 세상일에 매어 있으면 주님이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참 진리의 말씀은 놓치게 됩니다. 아니, 들어도 제대로 들리지 않고 엉뚱하게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자기가 관심을 두고 있고 마음이 가 있는 어떤 것에 비추어서 전혀 엉뚱하게 알아듣게 되지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이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왜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누룩을 조심하여야 한다고 하셨을까요?
동시대에 예수님을 따라다니던 제자들도 못 알아들었으니 오늘날 우리가 알아듣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언제나 성경 말씀을 제대로 알아듣기 위해서는 그 말씀의 배경과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선 앞에 무슨 내용이었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말씀의 앞 대목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와서 예수님께 기적을 요구하신 대목이지요. 그것이 바로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누룩입니다.
바리사이들이 요구한 것은 “당신이 정말 하느님이 보내 주신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라면, 세상 사람들이 놀랄만한 기적을 보여 달라.”는 것이지요. 이들이 어떤 구세주를 바라고 있었는지 우리가 알 수 있지요. 놀라운 기적을 베풀면서 이스라엘을 영광스럽게 만들어 줄 현세적인, 정치적인 해방자로서의 구세주이었지요.
헤로데의 누룩은 무엇일까요? 헤로데는 원래 유대인이 아니었는데 교묘하게 유대인으로 입적하여 왕의 권좌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입니다. 로마와는 탁월한 외교술로 식민지이면서도 경제적인 상납만을 하고 정치적으로는 자치권을 누리고 있었지요. 전형적인 정치권력과 술수의 대명사와 같은 인물이지요.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은 다름 아닌 이런 세속적이고 정치적인 의미에서의 구세주 상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던 그런 구세주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조심하고 경계하여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이 대목을 바르게 알아듣기 위해서는 배경도 중요합니다.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당시 유대인들에게 누룩은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습니다. 우리에게 누룩은 빵을 부풀게 하는 효소이니까 아주 좋은 것이지요. 저희 예수회 공동체의 이름의 하나도 ‘누룩 공동체’입니다.
그런데, 당시 유대인들에게는 누룩은 악의 상징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누룩은 발효시켜서 부풀게 만드는 특징을 갖고 있지요. 유대인들은 그것을 부패와 연결시켜서 악이 번져 나가는 이미지를 떠올렸기 때문에 악의 상징으로 보았던 것이지요.
이렇게 문화와 관습, 사물을 보는 관점에 따라 이해의 폭은 전혀 다르게 됩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누룩을 조심하라는 말씀을 조금 알아듣게 되지요?
바리사이들과 헤로데를 대표하는 정치권력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의 잘못된 구세주관을 조심하라는 말씀입니다.
제자들도 어느 정도는 예수님에게서 그런 메시아의 모습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아시고 경계하라는 말씀입니다.
저는 예수님께서 이 시대에 우리와 함께 계신다면 누구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하실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올해는 큰 선거를 두 번이나 치루지요. 자기만 뽑아주면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해 주고 물질적으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외치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후보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예수님의 헤로데와 바리사이들의 누룩을 조심하라는 말씀을 다시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조심해야 할 또 하나의 누룩은 무엇보다 T. V 광고물들의 누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러저러한 물건을 가지면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속삭이고 있는 광고 선전은 우리가 조심해야 할 대표적인 누룩입니다.
거기에 매이면 참 진리의 말씀, 참 생명을 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때 그 순간 뿐 곧 잊어버리고 마는 하찮은 것으로 전락하고 물질적인 풍요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현대판 구세주관을 갖게 됩니다.
현대는 거기에 너무 속기 쉬운 세상입니다. 그러나 속지 맙시다. 야고버서는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속지 마십시오. 온갖 훌륭한 은혜와 모든 완전한 선물은 위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라’는 말씀을 새겨듣고 마음 깊이 간직하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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