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거짓말은 나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배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연령이 되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거짓말로 남을 속인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스스로 통제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거짓말을 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는 어른들도 있다.
이는 습관적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강박적 허언’(compulsive ly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조작 행동(manipulative actions)을 통제 및 수행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꼭 그 아이가 나쁜 아이라거나 병적 허언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린아이들은 현실감이 약한 시기에 자신의 상상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나 상상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의든 타의든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알렉스, 로비, 스콧, 이렇게 세 남자아이가 한 방에서 놀고 있다. 방을 둘러보던 알렉스는 피규어 인형이 들어있는 상자를 발견한다. 알렉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피규어를 혼자 갖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자에 모자가 들어있다고 말한다. 상자 속을 직접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알렉스의 말을 들은 로비는 다른 생각을 한다. 스콧이 모자를 좋아한다는 걸 아는 로비는 상자 속에 모자가 하나라서 약간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어른들이라면 알렉스가 상자 속에 들어있는 물건에 대해 거짓말을 했고, 로비는 알렉스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이처럼 말했을 뿐이라는 걸 알 것이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다르다.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는 스콧은 이들의 말에 속을 수도 있다. 그럼 알렉스와 로비는 거짓말을 한 것일까? 흥미롭게도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15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된 한 연구(Strichartz & Burton)에 따르면, 7세 이하 어린이 대부분은 알렉스와 로비가 둘 다 거짓말을 했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알렉스와 로비 모두 사실과 다르게 얘기했기 때문이다. 반면 8세 이상의 아이들은 알렉스는 거짓말을 했지만 로비는 하지 않았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인지신경과학연구소(Institute of Cognitive Neuroscience) 연구진은 이 어린이들에게 짧은 영상을 한 편 보여줬다. ‘착한 사람’이 보물상자를 해변에 숨기고 열쇠를 바로 옆에 둔 채 자리를 떠났다. 착한 사람이 떠나면서 보물상자가 숨겨져 있는 장소까지 그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곧 보물을 가로채려 하는 ‘나쁜 사람’이 등장한다. 연구진은 여기서 영상을 멈추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착한 사람을 도울 수 있을지 물어봤다. 어린아이들은 발자국을 지워버리고 보물상자를 열쇠로 잠가서 나쁜 사람이 보물을 못 훔쳐가게 할 거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좀 더 큰 아이들은 나쁜 사람에게 보물이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말해서, 즉 조작을 통해 나쁜 사람을 막을 것이라고 답했다.
거짓말을 잘 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사실과 허구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알고 있지 않은 척 하며 상대방에게 거짓 정보로 대응해야 한다. 속임수를 쓰려는 의도도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또는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다 보면 ‘공상허언’(pseudologia fantastica) 또는 강박적 허언이라 불리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박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 이유 없이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강박적 허언이라고 진단하기에 앞서 '망상'과 ‘거짓 기억 증후군’(false memory syndrome) 등 다른 가능한 원인을 제외한다. 거짓 기억 증후군은 실제로 겪지 않은 일을 자신의 경험인 것처럼 기억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강박적 허언증이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강박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실제와 다르게 이야기를 꾸며낼 때 진실에 바탕을 둔 요소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의 모든 거짓말은 매우 그럴듯하게 들린다. 거짓말은 이들 삶의 일부이며, 어떤 압박이나 스트레스 또는 다른 요인에 의해 촉발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거짓말 덕에 긍정적이거나 유리한 위치에 놓이기도 한다. 거짓말을 하는 데는 그럴싸하고 성공적인 거짓말을 하고 싶다는 내적 동기 부여도 중요하다.
의학 전문가들과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강박적 허언을 ‘병적허언’(pathological lying)과 서로 바꿔 쓰기도 한다. 의학계에는 현재 강박적 허언과 병적허언이 다르다고 보는 문헌이 없다.
한편 정신건강 측면에서 테라피스트들은 둘 사이에 아주 미묘한 차이만 있다고 본다.
강박적 허언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정신질환이 아니다. 다만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강박적 허언이 나타날 수 있다. 소아정신과 의사인 스콧 캐럴 박사에 따르면 강박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애성 인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환자이거나 적어도 강한 자기애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강박적 거짓말쟁이들이 대중 앞에서 더 훌륭하게 보이도록 도와준다.
불안과 우울증은 강박적 거짓말과 연관이 있으며, 특히 아이들에게 더욱 그렇다. 앞서 말했듯이 아이들은 발달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고 그들의 한계를 시험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캐럴 박사는 “아이들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부정하거나 규칙을 어기고도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 강박적인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들의 강박적 거짓말은 불안, 우울증, 낮은 자존감과 관련이 있다”고 부연했다.
거짓말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상황을 모면하거나 피하려는 건강하지 않은 대처 방식이다.
누군가가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이 나쁜 습관의 뿌리를 뽑도록 도울 수 있다.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불안, 우울증, 스트레스를 겪고 있으며, 이들에게 거짓말은 통제력을 되찾는 수단이다. 주변에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화를 시도하고 가능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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