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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서평

[스크랩] 스캇 펙, ‘거짓의 사람들’

by Ddak daddy 2015. 9. 15.

 

나는 왜 이상한 인간들만 만날까? 

 

나는 참 사람 복이 없다. 내 주변에는 밴댕이같이 속 좁고 벽창호처럼 남의 말 들을 줄 모르는 인간들 천지다. 되도 않게 원칙만 앞세우는 고집불통들도 한둘이 아니다. 내 주변에는 늘 이런 사람들만 있다.


이들에 질려서 직장, 학교, 동아리를 몇 번이나 옮겼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어디에나 잔뜩 있다. 부딪히지 않으려 참고 또 참지만 곧 못 견디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속을 끓고 또 끓이다가 마침내 나도 폭발해버리고 만다. 그러고 나서 좋은 동료, 선후배를 만날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다른 곳으로 떠난다.

하지만 세상은 어디나 비슷한가 보다. 좋은 인연을 만나기는 무척 어렵다. 새로 옮겨간 곳에서도 벌써 갈등의 조짐이 보인다. 나는 왜 자꾸만 이상한 인간들만 만나는 것일까? 힘든 관계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모든 악은 태만에서 생긴다

 

이런 고민에 시달린다면 정신과 전문의 스캇 펙(M. Scott Peck, 1936~2005)의 충고를 들어볼 일이다. 어디를 가나 갈등과 충돌을 빚게 된다고? 늘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관계가 결딴나고 만다고? 그렇다면 혹시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자신을 돌아보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스캇 펙은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라는 기독교 성경 구절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마음이 가난한 자’란 누구일까? 자기 스스로를 부족하고 허점이 많다고 인정할 줄 아는 자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곱씹는다. 그래서 성장하고 발전한다. 그들은 고통을 자신에게 뭔가 그릇된 점이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로 여긴다. 이들에게 아픔은 성장통(痛)일 뿐이다.


그러나 악한 사람들은 다르다. 이들은 ‘은폐와 위장’의 천재들이다. 그들은 추하고 못난 자신의 모습을 좀처럼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문제라는 식의 논리를 펴곤 한다. ‘합리화와 적대적 공격’은 이들의 주특기다.

 

어딜 가나 갈등과 충돌을 빚는 당신이라면 혹시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무의식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따라서 내 주위에 실제 이상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나 자신은 아닐까.

 

스캇 펙은 “악은 태만에서 생긴다”고 잘라 말한다. 매 순간 반성하며 마음을 닦는 자세는 그냥 생기지 않는다.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며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보다, 남 탓과 상황 탓을 하는 편이 훨씬 쉽다.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기를 게을리할 때, 악은 내 마음에 뿌리를 내린다.


뒤틀어진 영혼은 숱한 갈등을 일으킨다. 우리의 무의식은 나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나의 인간관계는 왜 늘 험악해질까? 문제의 원인이 ‘나’여서는 안 된다면, 내 주변에는 성질 더럽고 이상한 이들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착하고 정의롭게 살고 있음에도 인간관계는 왜 배배 꼬이는지가 설명되기 때문이다. 내 주위로 이상한 이들을 끌어들이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일 수 있다!


욕하면서 배운다

 

스캇 펙의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허물을 제대로 보기란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위대한 지도자들 중에는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극심한 고통들을 견뎌내는 이들이 많다. 거꾸로, 정서적 질환의 가장 깊은 밑바닥을 파보면 감정적인 고통을 겪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마음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울과 회의와 절망을 고스란히 경험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감 있고 편안하고 자신에 만족하는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건강할 수 있다. 사실 고통을 거부하는 것이야 말로 확실한 질병에 대한 정의(定議)다 …… (악한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공포다. 그들에게는 그 가면이 깨져 자신의 참모습이 자신과 세상에 드러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혹시 자신의 악과 직접 마주치게 되지나 않을까 싶어 그들은 끊임없이 공포에 휩싸인다.”

- 스캇 펙 지음, 윤종석 옮김, [거짓의 사람들], 비전과리더십, 2003. P. 166~167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건강하다. 악한 사람이란 삐뚤어진 자기 영혼을 바라보는 고통을 피하려는 이들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스캇 펙의 지적에 억울해할지 모르겠다. 나는 충분히 반성하고 고민하며 내 자신을 가다듬는다. 그런데도 왜 모든 문제를 내 탓으로‘만’ 돌려야 하는가?


스캇 펙은 악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혐오감은 멀리 도망가고 싶은 욕망이다. 악한 자 옆에 있으면 나까지 더렵혀질까 두려워서다. 그래서 되도록 빨리 악이 있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런데 하루 종일 악한 사람 옆에 있어야 한다면 어떨까? 나도 어느새 악에 물들지 않을까?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사악한 이들 곁에서 생활하는 일은 그들과 비슷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래된 성당의 겉벽에는 악마를 막는 장식이 붙어 있다. 가고일(gargoyle)이라고 불리는 이 홈통 주둥이는, 여지없이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악을 악으로 막으려는 셈이다.


우리의 일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악마 같은 이들과 온종일 부대끼다보면 어느덧 내 영혼까지 썩어가는 것만 같다. 누군가를 강렬하게 증오하다가, 나도 그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꼴이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우리는 누구나 문제가 있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별 것 아닌 일에도 분노가 폭발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습관으로 삼은 사람의 얼굴에는 부드러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은 없다. 스캇 펙에 따르면, 나면서부터 악한 사람은 없다. 악이란 하나의 발달 과정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 마음은 길들이기에 따라 상태가 바뀐다는 뜻이다. 화를 자주 내 버릇하면 별 것 아닌 일에도 버럭 분노가 폭발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습관’으로 삼은 사람은 다르다. 억장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그들의 얼굴에는 부드러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을 닦는 일은 운동과도 같다. 스캇 펫은 악을 ‘질병’으로 여긴다. 다스리고 고치면 나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진흙탕에서 뒹굴다보면 나 또한 진흙 범벅이 되어버린다. 사람을 사귀고 만나는 일도 그렇다. 나도 모르는 새,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치들과 똑같은 부류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을까? 남의 티끌을 보기 전에, 내 눈에 들보부터 뽑으라고 했다. 내 마음을 갈고 닦는 일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글 / 안광복 | 철학 교사, 저술가  네이버캐스트 > 철학의 숲 > 성장을 위한 철학노트 > 스캇 펙, ‘거짓의 사람들’

 

 

모건 스콧 펙 [ Morgan Scott Peck ]

 

M. 스캇 펙(Morgan Scott Peck, 1936~2005) 스캇 펙의 출판 이력은 그의 진화를 반영한다. 그는 작가에서 사상가,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 영적 안내자로 진화했다. 하버드대학(B.A.)과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M.D.)에서 수학한 후, 10여 년간 육군 군의관(정신과 의사)으로 일했다. 이때의 경험은 후에 개인과 조직에서의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었고 그러한 통찰은 여러 편의 책에서 구체화된다.


1978년, 마흔두 살에 쓴 첫 책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사랑, 전통적 가치, 영적 성장에 대한 새로운 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심리학과 영성을 매우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중요한 책’으로 평가되며 이후 《뉴욕타임스》의 최장기 베스트셀러 목록을 차지할 정도로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불교도로서 이 책을 집필한 이후, 저자는 공개적으로 크리스천으로의 개종을 선언하고 인간 심리와 기독교 신앙의 통합을 지향하는 글쓰기에 매진한다. 개인뿐 아니라 조직과 사회의 영적 성장을 꿈꾸었던 스캇 펙은 그러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비영리 교육기관인 공동체장려재단(FCE)을 만들어 평화적인 동력을 구현해보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의지와 나름의 해법은 『평화 만들기』(1987)에 고스란히 담겼다.


일생 동안 ‘자기 훈육’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그 때문에 진정한 자기계발서(self-help book) 장르를 구축한 저자라고 평가받는 스캇 펙은 2005년,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출처 : 행복한 삶의 방식
글쓴이 : 아름다운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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