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자료

영화 CG / 특수효과

by Ddak daddy 2017. 1. 27.





김기덕 감독이 <대괴수 용가리>를 찍던 60년대만 해도 총격 장면에서 실탄을 사용했다.    촬영현장에서 배우대신 군부대의 특등사수가 실탄사격을 했던 것이다. 위험천만한 일.    하지만 실탄을 발사했다고 해서 영화의 총격장면이 더 실감났던 건 아니다.

3대 이상의 카메라로 액션과 리액션을 담아 총격의 효과를 과장하는 오늘날의 특수효과와 비교하면 실탄사격의 사실성은 거짓처럼 보인다.    오히려 총격장면은 특수효과의 눈속임기술에 의해 연출되고 과장되면서 훨씬 실감을 더해왔다.

타이타닉호가 수직으로 섰다가 두동강나는, 고질라가 맨해튼 빌딩가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첨단 특수효과가 눈부신 속도로 할리우드영화의 기술혁신을 밀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특수효과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은행나무 침대>의 벽 속에서 튀어나오는 황장군과 <퇴마록>의 실감나는 삼차원 입체괴물을 봤던 관객들은 할리우드에 근접하려는 컴퓨터그래픽(이하 CG)의 힘을 경험했지만 특수효과가 CG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은행나무 침대>에서 한석규와 진희경이 옥상에서 차량위로 떨어지는 장면의 예만 봐도 그렇다.   두 배우의 움직임과 건물을 따로 찍어 CG로 합성한 화면이지만 스턴트맨의 희생을 잊어선 안된다.   CG의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스턴트맨이 건물바닥에 에어매트를 깔고 뛰어내렸고 그는 에어매트가 찢어지는 바람에 상당한 부상을 입고 말았다.

언제나 문제는 원재료다. 다시말해 필름이다. 실제촬영이 근사 할수록 합성된 또는 수정된 화면이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게다가 아무리 CG가 발전해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은 사람의 땀과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다. 그것은 수공업적 눈속임의 세계다.

총을쏘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화염이 감싸는 특수효과의 대부분은 체력과 상상력, 용기와 인내심이 만들어낸다.

충무로가 한발짝 더 나가려는 지점도 여기서 출발한다.

<쉬리>를 기점으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용가리>, <자귀모>, < 유령>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특수효과는 과학보다 인간의 의지와 수고에 의지하는 작업인 것이다.

한국의 정보기관 OP와 북한 특수8군단의 대결을 그린 첩보액션물 <쉬리>는 총격전과 폭파 같은 스펙터클에 의존하는 영화다.

<다이하드>에서 <더 록>에 이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닳도록 봐온, 극히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런 스펙터클도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라는 변방에 이르면 감히 흉내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강제규 감독 자신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미로를 헤쳐나오는 작업 이었다"고 고백한다.    경험자의 자문이나 조언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첫발을 내딛기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메이킹 다큐멘터리는 그가 참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텍스트였다.

<쉬리>에 쓰인 특수효과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총격전, 폭파, 미니어처가 그것이다.

이중 위험요소가 가장 큰 것은 폭파장면.   <쉬리> 전반부에 등장하는 차량 폭파장면에는 카메라 3대가 동원됐다.

<쉬리> 특수효과1 - 폭파씬

최민식이 이끄는 북한 특수8군단 요원들이 신소재 액체폭탄 CTX를 탈취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OP요원 한석규와 송강호가 헬기로 현장에 도착한다.    그러나 8군단은 이미 현장을 떠났고 그곳에 남아 있는 차량에 시한폭탄이 장치돼 있는 걸 발견한다.    폭파 5초를 남긴 순간 한석규와 송강호가 몸을 날리고 뒤에 있던 차량이 펑하고 화염에 휩싸인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한석규와 송강호는 석고와 가죽으로 등을 보호했고 차량 10m 앞에 섰다.

A 카메라가 불꽃이 튀면서 폭파하는 차량만 단독으로 촬영하고
B 카메라는 한석규, 송강호 두 인물을 풀쇼트로 잡는다.
C 카메라는 B 카메라 옆에서 두 인물의 미디엄쇼트를 찍었다.

차량엔 실제 폭약이 설치되고 감독은 연기자와 특수효과 담당자에게 사인을 보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하는 순간 폭파스위치를 누르고 두 배우 는 앞으로 달려나오며 점프를 한다.   이런 장면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폭파 순간과 배우가 점프하는 시간이 일치해야 원하는 그림을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촬영은 단 1번에 끝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당 몇백만원이 넘는 차를 여러대 부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다른 폭파장면은 테크노마트 옥상에서 벌어진다.

옥상에 설치된 CTX를 찾기 위해 폭발물 제거반이 투입되고 폭탄을 발견하지만 그순간 터지고 만다.   양수리 세트장에서 촬영한 이 장면에선 폭발과 함께 사람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촬영했다.   카메라 3대가 동원된 것은 마찬가지지만 스턴트맨이 화염에 휩싸이며 허공으로 날아가는, 위험한 장면이다.   30m 높이의 고공크레인에 피아노줄로 스턴트맨을 연결하고 폭파 순간 그를 하늘로 잡아끌어올리는 것이다.   여기서도 역시 타이밍이 결정적이다.   크레인이 폭파 순간을 맞추지 못하면 스턴트맨은 그대로 화염에 휩싸이고 마는 것이다.

이런 장면을 찍을 때 스턴트맨은 온몸에 화염방지젤을 바르고 방열복을 입지만 100% 안전을 장담할 순 없다.

좀더 충격적인 폭파장면은 사람이 자폭하는 모습이다.

궁지에 몰린 8군단요원 수는 OP요원들에게 포위되자 자폭한다.   사람이 눈앞에서 산산조각나는 이 장면은 관객을 놀래킬 만하지만 실제 촬영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 폭파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인형이 얼마나 사람과 똑같이 생겼는가이다.

배우의 얼굴본을 떠서 인형에 씌우고 배우들의 위치와 자세를 전 장면과 일치시킨다.   배우의 위치나 동작을 똑같이 하기 위해 출연배우들이 2∼3시간씩 꼼짝 않고 있어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든 일이다.

<쉬리> 특수효과2 - 총격전

총격전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여의도에서 찍은 시가전 도 있지만 제작진이 훨씬 힘들게 찍은 총격전은 수원 삼성전자 주방에서 이뤄진 촬영이다.

10월3일부터 이틀간 찍을 예정이던 이 장면은 30시간 쉬지 않는 강행군을 하고도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편집해서 화면으로 봤을 때는 근사하지만 총격전을 찍는 건 사실 지루한 작업이다.

특수효과팀이 화면에 담길 장소에 화약을 심고 가는 선으로 폭파장치와 연결시킨다.   한장면에서 20발의 총알이 발사된다면 화약 20개를 심어놓는 것이다.

총탄으로 생기는 구멍은 전부 미리 뚫어놓는다.   드릴로 구멍을 뚫고 화약을 심어놓은뒤 촬영 순간 터트리면 총알에 맞아 불꽃이 튀고 구멍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난점은 세트촬영이 아니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방에 있는 자재에 구멍을 낼 수 없다는 점이다.

<쉬리> 미술팀은 한장면 한장면 찍을 때마다 그 위치에 놓인 싱크대며 서랍장, 벽 같은것을 따로 제작했다.

다른 한국영화와 달리 <쉬리> 총격전이 실감나는 것은 불꽃과 함께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수효과를 맡은 정도안씨는 <쉬리>를 위해 3개월간 자체개발해 연기가 거의 없는 화약을 만들었다.   연기 대신 형형색색 불꽃이 튄다.

총격전 촬영에서 한번의 NG는 배우와 스탭을 2∼3시간씩 기다리게하는 작업이다.   심었던 화약을 제거하고 구멍난 싱크대 대신 다른 싱크대를 들여와 다시 구멍을 뚫고 화약을 심는 일이 제작진을 힘들게 했다.   결국 제작진은 98년 추석을 총소리와 씨름하며 맞았다.

양수리 세트장에 진행된 수족관 총격전은 물량이 많이 투입된 촬영분.   가로폭 4m가 넘는 대형 수족관 8개와 소형 수족관 8개를 들여와 하나하나 화약을 심고 물을 붓고 물고기를 넣었다.   총소리에 맞춰 수족관이 하나씩 산산조각나고 단숨에 7천만원이 날아갔다 .

총상을 당하는 장면도 실감나게 찍혔다.   <쉬리>에는 무릎 부분에 총탄을 맞아 다리가 부러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트릭이지만 스턴트맨에겐 엄청난 육체적 고통이 요구된다.

먼저 스턴트맨은 한쪽발을 접어 뒤로 감추고 무릎 아래 의족을 단다.
의족 안에 화약과 피를 장치하고 바지를 입은 다음 총소리에 맞춰 의족 안의 화약을 터트리면 다리가 덜렁거리는 형상이 되는 것이다.

<쉬리> 특수효과3-미니어처

빌딩 옥상에서 폭탄이 터져 빌딩 유리창이 품어져 나오는 장면에 는 미니어처가 사용됐다.   강변 테크노마트 빌딩을 모델로 30대 1로 만든 미니어처는 높이 310cm로 제작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미니어처는 특수효과 중 가장 뒤떨어지는 분야의 하나로 취급받았다.

심형래 영화나 <진짜사나이> 등 일부 영화에서 쓰였지만 효과적인 경우는 드물었던 탓이다.   <쉬리>에선 방송과 CF쪽에서 특수효과작업을 하다 처음 영화작업을 시작한 E&I의 대표 함주영씨가 미니어처 제작을 맡았다.

두달에 걸쳐 완성된 이 미니어처는 나무가 원재료인 MDF로 골조를 만들고 액정브라운관으로 쓰는 두께 0.5mm의 얇은 유리로 창을 제작했다.   미니어처 내부에는 조명을 위한 광섬유, 폭파할 때 품어져 나올 유리파편, 폭파장치 등이 들어갔다.

함주영씨는 “빌딩이 무너지는 경우 폭파만으로 되는 일이 아닌데 그동안은 빌딩이 한번에 산산조각나는 장면만 나왔다. <쉬리>에선 옥상에서 일어난 폭발이 빌딩 전체 유리창을 순차적으로 박살낸다.   내장된 장치에 따라 순차적으로 무너지는 좀더 사실적인 장면을 노렸다”고 말한다.

하나도 건드리지 말고 찍어라?

촬영 초기에 제작진을 애먹인 첫번째 걸림돌은 국방부와의 협의문제였다.   <쉬리> 제작진은 애초에 국방부의 협조를 구해 군부대의 총기를 사용할 생각이었지만 국방부의 반응은 냉담했다.

총기를 빌려줄 수 없으며 장소대여도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접하고 제작진은 미국에서 영화용 총기와 공포탄을 수입해야 했다.   이들 장비를 수입하느라 예상치 않은 제작비 1억원이 단숨에 날아갔다.

제작비는 특수효과가 많은 영화에서 결정적이다.   한국영화로는 처음 순제작비 22억원이라는 거액이 투자됐지만 그럴듯한 특수효과를 만들려고 할수록 '돈'이 문제였다.

예를 들어 유리 한장 박살내는 데만 해도 100만원이 든다.

그러다보니 배우나 스턴트맨의 안전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난다. 누가 뛰어들어 깨도 안전한 슈거글래스(설탕으로 만든 유리)를 사용한다면 효과도 높고 다칠 염려도 없지만 <쉬리>에 쓰인 강화유리보다 3배 이상 비싼 슈거 글래스는 애당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강화유리는 일반유리보다 훨씬 안전하지만 잘못 손을 짚었다간 피를 볼 수밖에 없다.   스턴트맨이 유리를 뚫고 나가는 장면의 경우, 한쪽에서 쇠구슬을 쏴 유리가 깨지는 순간 사람이 뛰어들어 촬영했다.

역시 타이밍을 못 맞추면 배우가 다치거나 현실감이 떨어지고 만다.

실제 최민식,한석규, 송강호 등 출연배우들은 손을 베는 사고를 한번씩 당했다.   총격전을 세트에서 찍지 못한 것도 역시 돈때문이다.

무술감독 정두홍씨는 로케이션 촬영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쉽게 말하면 여기 있는 물건 하나도 건드리지 말고 액션을 찍으라고 요구하는 거다. 그러면 심리적으로 위축돼서 마음대로 액션을
펼칠 수 없게 된
다.”

영화 마지막에 잠실운동장 변전실에서 펼쳐지는 한석규와 최민식의 격투장면은 워낙 장소가 위험해서 무술이 통하지 않았다.   두 배우는 진짜 체중을 실어 엉켜붙었고 밤새 싸우는 장면만 찍었다.

정두홍씨는 <쉬리>의 배우들이 보여준 프로정신에 감동했다고 말한다.   촬영 시작 전 한달간 진행된 가혹한 무술훈련을 배우 전원이 불평 한마디 없이 따라줬기 때문이다.

훈련과정에서 최민식은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고 김윤진은 구르다 이가 부러지고 밧줄을 타고 내려오다 손에 화상을 입었다.

특수효과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배우가 직접 보여주는 만큼 생생할 수 없기에 이들은 고된 훈련을 참아냈다.

정두홍씨는 스턴트맨들의 노고에 대해 한마디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크레인 위에 카메라와 촬영기사가 매달리고 그 아래 피아노줄에 매단 스턴트맨이 등에 불을 붙인 채 차 위로 떨어지는 장면은 정말 목숨을 건 촬영이라 할 만하다.

<은행나무침대>의 옥상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CG의 도움으로 했지만 <쉬리>에선 진짜 사람이 떨어지는 작업을 한 것이다.

<쉬리>의 특수효과 전반을 도맡았던 정도안씨는 이렇게 말한다.   “역시우리나라는 안 돼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너무너무 걱정했다.   처음 하는 작업도 많았지만 며칠 지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돈으로 안되면 몸으로라도 때운다는 마음으로 일했다.”

그도 정두홍씨처럼 “아무것도 손대지 말고 터트려주세요”라는 어려운 요구를 받았다.

특수효과, 무술, 미술, 특수분장 등 모든 스탭에게 <쉬리> 가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된 것은 당연하다.   6개월간 80회 촬영을 통해 완성한 <쉬리>는 한국영화의 특수 효과가 도달한 현 주소를 알려주는 영화가 된것이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전진하는 것이 새로운 숙제로 등장했다 
 






'기타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능지수와 감성지수   (0) 2017.01.31
블로그란 무엇인가?   (0) 2017.01.27
나무를 심은 사람 줄거리   (0) 2017.01.26
인터넷 시대의 독서   (0) 2017.01.26
나무꾼과 선녀 설화   (0) 2017.01.24